한국일보

우린 어디서 사나?

2010-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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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최근 예멘발 미 시카고로 가던 소포 폭탄이 발각되는 등 백악관이 폭탄 화물 형태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 전국에 테러 비상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에 친인척 방문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거나 장거리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을 다소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가 미국, 영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호주, 브라질, 중국 국민 약 7,000명에게 가장 중요한 국내외 현안을 물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민 62%는 가장 시급한 국제현안으로 전쟁과 테러를, 영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인들 사이에서도 전쟁과 테러가 1위로 조사됐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테러는 17%, 대부분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국내 현안 질문에서는 미국인 82%, 영국인 74%가 경제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꼽아 경제에 대한 압도적인 관심을 보였다. 중국인들은 인구과잉과 노화, 환경오염을 가장 우려 했다. 각 나라의 국민들은 자국의 처지에 가장 합당한 대답을 했는데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도 전쟁과 테러, 경제 불황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세계적 대도시 뉴욕에 산다는 자부심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탈 때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차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자주 당하다보면 어느새 스러지고 없다. 그러다보면 뉴욕을 떠나 시골로 가서 살든지 해야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미국내, 아니 전세계 어디든 테러가 있는 한 안전한 곳은 없다. 그럼, 우린 어디서 살아야 할 까? 미국에 살러왔으니 미국에서, 뉴욕으로 왔으니 뉴욕에서 잘 살고 싶다.


2일 미 전국에서 실시된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2008년 조지 부시의 공화당 정부 당시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 침체는 2009년 1월 출범한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가 그 위기의 수렁에서 건져줄 것으로 기대되었었다. 지난 2년간 오바마 정부는 광범위한 개혁아래 돈을 쏟아 부었지만 회복되지 않는 부동산, 늘어나는 실직자와 크레딧 카드 빚, 주택 차압 등이 계속 되면서 국민들이 그에게 실망을 한 선거 결과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문제였음이 선거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좀더 일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그는 아직 기회가 있다. 오바마는 미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2년전 대선 때 주장한 것처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에 책임져야 한다.미국에는 핵무기를 지니겠다는 이란, 3대 세습을 하겠다는 북한, 전쟁 마무리가 덜 된 아프가니스탄, 틈새를 노리고 중앙아시아에 공들이고 있는 중국, 그 외 이라크,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 주요한 국제 외교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전쟁보다는 대화를 원하는 오바마가, 세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자리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양보 하더라도 자국의 경제 위기를 먼저 해결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 정부와 의회간의 줄다리기에 더욱 머리가 아프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정말 살기 어렵다.

집을 사려고 해도 은행 융자가 안나오고 건강보험을 비롯 각종 보험료는 올라가고 식품비는 얼마나 올랐는 지 나날이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나라에 사는 국민은 불행하다. 얼마전 레귤러 휘발유가 다시 3달러를 넘어섰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계속 올라가 4달러에 육박한다면 ‘못살겠다’는 국민의 원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세계 1등 강국의 국민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것에 걱정 없는 가장 평화로운 국가의 행복한 국민이고 싶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한국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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