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텃밭과 두 감나무

2010-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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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남편이 식탁, 리빙룸에 개나리와 흰색, 보라색 라일락을 꺾어 놓으니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지금은 빨강덩쿨 장미가 활짝 피고, 감나무 밑에는 분홍 초롱꽃이 너무 예쁘고 노랑나비 꽃모양의 빠다컵이 텃밭위 울타리에 한창 피기 시작한다.

나는 요즘 꽃이 피고 잎이 나는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아침 운동으로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주님의 아름다운 세계를 감상한다. 찬송가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부르면 천국이 저렇게 아름다울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해에는 감나무에 처음 내 주먹만한 홍시감이 5년만에 50개정도 매달려 몇 개만 남겨놓고 따서 여러 사람한테 두 세 개씩 나누어주고 열개 정도는 곶감을 만들었다. 어릴 때 감 껍데기 먹던 생각을 하며 말렸더니 아주 달고 맛이 있었다.

어릴 때 집에 큰 감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홍시로 따먹고 방에 수북히 쌓인 감을 동네아주머니와 어머니가 손으로 깎아서 뒤뜰에 주렁주렁 달아놓으면 곶감이 되었다. 이것을 소쿠리에 담아서 지붕에 두면 홍시가 되어 꽁꽁 언 것을 먹었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올해 처음 감이 열린 나무는 숫자가 적었다. 남편은 또 올해도 어떤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내 주먹만한 홍시감을 따기를 소원하며 텃밭을 만들었다. 거기에 상추, 쑥갓 씨를 뿌렸는데 올 봄의 날씨가 쌀쌀해서 잘 자라지 않았다. 고추, 호박, 오이, 깻잎들은 잘 자라서 보기가
좋으니 남편은 밭에 의자를 놓고 신문 보고 물도 주고 하는 것이 골프 치기 보다 더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김기순(팰리세이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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