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다

2010-1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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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경제팀 차장대우)

세계화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에 개발도상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이 용어에 대해서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자본의 유통을 용이하게 하고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이익일 뿐 결국 제3세계 국가의 빈곤을 고착화하고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세계 최대의 자본주의 부국인 미국도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의 희생
자(?)인 셈이다. 최근 CNN에서 방영된 ‘파리드 자카리아의 GPS’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신자유주의가 절정을 이루던 90년대말 이후 미국의 중산층이 어떻게 사라져갔는 지 쉽게 이해했을 것이다.

99년을 기점으로 매니지먼트, 테크니션, 세일즈, 행정직, 크래프트, 퍼스널 케어, 보안 등 중산층의 핵심을 이루던 직종 대부분에서 급격히 일자리가 사라졌다. 상위 1%는 281%, 상위 20%는 95% 수입이 늘었지만 하위 20%는 16%에 그쳤다. 공장과 일자리는 인도와 중국 등으로 넘어갔고 미국은 금융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몇몇 IT 업체만이 떠받들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가 투자 한번으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 40세에 은퇴해 요트를 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안정된 임금과 연금을 보장받고 이들이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해내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초당파적인 협력이다. 미국의 큰 장점은 여,야가 아무리 격하게 대립해도 일단 합의안을 만들어내면 이를 존중해 왔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1931년 대공황 당시 역사학자 제임스 아담스의 저서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건국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행정부는 사회 각 부분에 막대한 예산 투여로 이를 극복했고 이후 수십년간 세계 최강국의 위상을 놓치지 않았다. 자동차, 우주항공, 전기분야에서 미국이 이전에 세계를 주도했듯이 이제는 환경산업, 대체에너지 등의 연구와 개발 그리고 미래의 재산인 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때다. 그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공약이었고 유감스럽게 공화당은 이 모든 것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모든 정책에 반대해 온 공화당이 과연 초당적인 협력으로 미국의 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일조할 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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