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눈물겨운 이산가족 상봉

2010-1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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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김기덕 감독이 분단의 아픔을 그린 영화 ‘남과 북’이 제작된 1984년, 이 해는 ‘남북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한창이었다. 이 때 TV를 통해 재회한 이산가족들의 사연은 남한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 때 남과 북의 영화 주제곡이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패티 김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해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후벼팠다. 지금 40대 이상 된 한인들 중에는 그 당시 이산가족들의 극적인 만남과 이 슬픈 노래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눈뜨고는 차마 볼수 없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슬픈 만남이 요즘 또 금강산에서 이루어져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한동안 멈춰있다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들의 눈물겨운 상봉은 60년 세월동안 평생을 애태우며 그리던 피붙이의 기막힌 만남이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뼈아픈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었는가 우리의 비극적 역사를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로 불과 두시간 거리에 살면서도 이들은 60년간 부모나 형제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고 평생을 그리워하다 그나마도 운이 좋아 이번에 극적으로 그리운 가족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세 살 때 헤어졌던 아이가 백발의 노인이 되어 죽기전에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형제들을 꿈인 듯, 생시인 듯 이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그들은 지척에서 서로만나 얼굴을 쓰다듬고 볼을 비비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찍어냈다. 모두가 감격에 흐느껴 울며 부둥켜안은 팔을 풀지 못했다. 단지 2박 3일이었다. 그들은 또 작별의 상봉을 하고 다시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통곡했다. 그리고 꽉 움켜쥐었던 손을 마지못해 떼어내고 언제 또 다시 만날 기약도 못한 채 그냥 멀어져야 했다. 이들의 상봉은 피붙이를 태우고 떠나가는 버스를 따라가며 울부짖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분단의 아픔이 이처럼 처절할 수는 없다.


남북한 이산가족이 남한에는 아직도 8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중 가족상봉 신청자는 80세이상 고령자가 3만명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미 너무 늙어 거동이 불편한 처지에 있는 이산가족만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도 8.15 광복절 상봉이후 16차례의 과거 만남처럼 남북이 선발한 각 100명씩으로는 이들의 한을 풀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이런 규모로는 이 많은 이산가족이 평생 그리던 가족 한번 만나 보지도 못하고 죽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도 이미 너무 늙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세상을 등져 한을 품고 죽어간 이산가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달려가 보지 못하고 가슴 태우는 이산가족, 이것처럼 더 큰 불행이 어디 있는가.남한은 그동안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인도적인 가족상봉을 주선해주고자 노력을 많이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사상과 체재유지를 이유로 이산가족을 언제나 도구로 삼아 그들이 원
하는 걸 채워 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이산가족상봉을 앞두고 무슨 이유인지 또 남측에 총격을 가했다. 이들이 하는 짓은 모두 목적이 있고 그들이 원하는 걸 취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3대 세습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들어서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해질 지도 모른다고 한다. 김정은은 중국에 망명중인 형을 암살하기 위해 암살단까지 보낼 정도로 천성이 잔학무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집권하게 되면 심한 경우 전쟁까지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김정은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성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산가족상봉은 점점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이산가족 상봉,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어쩌면 이산가족들의 한으로 남을 런지도 모른다. 이산가족상봉이 끝나서 돌아가면 이북에서는 남한가족들이 준 달러든, 금품이든 다 빼앗아간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 힘들여 만난 결과는 가족 얼굴 한번 보고 눈물만 흘리다가 아무런 결론없이 헤어지는 것이 이산가족상봉인가. 그렇다고 해도 만나야 한다. 피를 나눈 가족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들이 죽기전에 한을 풀수 있도록 남북한 정부는 더 규모를 확대하고 이들의 상봉이 더 자주 이뤄지도록 정례화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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