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희망의 전도사, 닉 부이치치

2010-10-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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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얼마 전 한국에서 전해지는 방송을 보면서 이것은 독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되겠다 싶어 소개한다. 모 방송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은 양팔과 양다리가 없다. 얼굴과 몸통이 그의 몸 전체다. 그의 이름은 닉 부이치치(Nicholas James Vujicic)다. 1982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장애로 팔 다리 없이 세상에 나왔다.그는 어릴 때 자신을 비관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결심했고 실현하려 했으나 부모의 도움으로 이겨낸다. 상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났으니 얼마나 불편한가. 불편한 것
을 둘째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는 눈총은 얼마나 따갑겠는가. 하루를 사는 것이 천년을 사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역경을 모두 이겨냈다. 지금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의 강연 프로그램은 2012년까지 계획돼 있다. 그는 현재 세계 방방곳곳을 다니며 강연한다. 강연의 내용은 간단하다. “팔 다리가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더 불행하다”는 등의 내용이다.그는 죽고 싶다는 자신의 자살충동을 이겨낸 후 주위의 권고로 자신의 나이 또래인 청소년들 30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이것이 그의 처음 강연이다. 이 때 어느 소녀가 찾아와 그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 소녀 뿐 아니라 거기에 참석했던 모든 청소년
들이 하나같이 그의 강연에 감동을 받았다.


이후 그는 17세의 나이에 비영리단체인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이란 단체를 조직했다. 21세에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까지 20 여 나라를 다니며 수백만 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오고 있다. 그는 강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영도 한다. 축구도 한다. 바다에 가서는 서핑, 즉 파도타기도 한다. 그의 몸통 왼쪽에는 발 하나가 무슨 꽁지처럼 달려 있다. 그 발에는 발가락 두개가 있다. 그는 그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친다. 그의 컴퓨터 실력은 1분에 36자다. 그는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쳐서 초중고 대학을 모두 나온다. 희망이라고는 전혀 갖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던 그는 지금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그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그의 부모다. 그는 말한다. “여덟 살 때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 열 살 때는 욕조에서 자살을 시도 했다. 부모님의 인생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생을 마감하려 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내가 괴롭다고 세상을 등지면 부모님은 그 괴로움을 평생 끌어안고 사실텐테...”“부모님께서는 항상 나에게 용기와 격려를 보내 주셨다. 나를 남들과 똑같이 대해 주었다. 나를 장애인학교가 아닌 일반인학교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너는 남과 다르지 않다. 남들이 하는 것을 너도 모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부모의 교육관이 나에겐 가장 큰 희망이었고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그는 사명으로 강연을 하러 다닌다. 그의 사명은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극복하게 된 희망과 감동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2009년 그는 「팔도 없고, 다리도 없고, 걱정도 없다」(No Arms, No Legs, No Worries)란 책을 저술했다. 그는 책을 통해 역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두 가지를 설명한다.“역경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사랑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특히 용기는 아주 중요하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알게 되면 행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용기를 갖게 된다. 목적이 곧 행동을 만든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통을 겪지만 인생에 목적이 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은 좋은 여자가 나와 결혼하여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의 희망대로라면 언젠가는 좋은 여자도 나타날 것이다. 양팔과 양다리 없이 몸통 하나와 두 발가락으로도 인생을 너무나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닉 부이치치. 절망을 희망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그의 인생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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