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퀸즈칼리지에 선 장승을 보고

2010-10-23 (토)
크게 작게
내가 재학중인 퀸즈칼리지에 한국인의 민속물 중 하나인 장승이 세워졌다. 학생들의 이동이 많은 카페테리아 앞쪽으로 서있는 목장승들의 모습은 이제 뉴욕의 명물이 되었다.‘한국인의 미소‘ 라고 쓰여져 있는, 관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가장 큰 장승을 가운데로, 왼쪽으로는 ‘뉴욕 대장군’이,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퀸즈 여장군’ 이 세워져 있다. 그 세 장승들 왼편으로 아담한 크키의 ‘서울 대장군’이 자리하고 있다.

장승은 예로부터 지역간의 경계표나 이정표, 그리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맨하탄 중심부의 한인거리, 매년 성대하게 열리는 뉴욕 추석대잔치와 코리안 퍼레이드, 또 미 대학의 교정안에 선 장승들을 보면서, 미국사회속에 한인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다시 한번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느꼈다. 8년이라는 미국생활 속에서, 한편으로는 같은 한인이면서도 한인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미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미국화’되는 것이 이민생활의 성공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런 꿈을 꾸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미국에 살면서 언어를 익히고, 문화에 적응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며 그 안에서 한국인으로 우뚝 선다는 것은 같은 한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본받을 만한 그리고 이민생활에 있어서 성공한 모습일 것이다.그러나 이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또 이제 막 이민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고, 보호해주는 모습 또한 더 큰 성공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푸른 가을 하늘아래 우뚝 서 있는 장승을 바라보며 하게 된다.
권종호(칼리지포인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