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의 창조주

2010-10-22 (금)
크게 작게
백춘기(자유기고가/골동품복원가)

사마천을 이름하여 역사의 창조주라 한다. 사마천(135-84BC 중국 한왕조시대)은 99BC 기마족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한 이농장군을 참수하려는 황제에게 장수를 변호하다 무왕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공환제거)이라는 치욕의 형을 받고 초야에 무친다. 사마천은 사나이 최악의 거세된 성기능을 인간 최고의 지적성기능으로 승화 발전시켜 심장에서 흐르는 피를 찍어 사기열전을 세상에 내놓는다(사기열전-본기12책 새가30책 서8책 표10책 열전70책 총 130책) 무황제 수명 20년! 그에게 중형을 당한 사마천은 역사의 창조주로서 역사하는 영원속에 존재한다.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도 악에서 선으로! 낡은 것에서 새것으로! 진화론적으로 발전해 왔고 진화해 간다. 역사는 상식이요 진리이기 때문이다.

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제왕절개 수술준비로 부산하다. 태아(철수)는 엄마 뱃속을 벗어난다는 것이 섭섭하지만 몇일 전부터 손발을 움직여보는 등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여 왔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배위에 식칼을 들이대는 남자가 있다. 녹색까운에 백색 복면을 한 강도다. 태아(철수)는 기겁을 하고 두발로 힘차게 엄마 배를 걷어찼다.집도에 들어가려던 의사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산모의 뒷동산배가 아래로 푹 꺼져버린 것이다. 의사의 직감은 바로 산모의 아랫도리를 들춰보았다. 태아인 철수가 거기에 옆으로 누워있다. 의사는 화도 났지만 한편 스스로 세상에 나온 신생아가 하도 기특해서 철수의 두발을 번쩍 치켜들고 힘차게 볼기짝을 쳤다. ‘아얏 왜 때려” 철수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류역사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이 일화는 넌픽숀을 픽숀으로 구성한 실화이다.

자연진화라는 역사질서를 외면하고 인위적으로 역사를 성급하게 변혁시키려할 때 인류는 피비린내 나는 재앙의 수렁에 빠져들곤 했다. 먼 미래 아니면 인류의 영원한 유토피아라 할 수 있는 공산주의를 역사를 절개하여 끄집어내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식으로 당대에 실현하려다 인류에게 안겨준 고통을 오늘에 이루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히틀러의 나치가 저지른 유태민족 말살행위! 중국 모택동에 의한 문화혁명! 그리고 사이비 군소 독재자에 의한 역사절개 행위는 돌
이킬 수 없는 상처를 인류역사에 안겨다 주었다. 특히 역적세계를 다스려야할 종교가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역사의 도전은 종교전쟁을 불러 일으켜 역사 종말적 위기를 유발시키고 있는 오늘의 실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첨예하게 단세포화 되어가는 역사의 기질을 무궁하고 다양한 다세포질로 진화발전 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참모습이기 때문이다. 제2의 역사의 창조주 ‘사마천’이 아쉽다. 대장부 천추의 치욕! ‘궁형’을 복수의 칼 대신 혈서로 역사를 바로잡아 영원 속에 살아남은 사마천의 슬기와 용기가 오늘에 요구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