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소셜 네트워크’

2010-10-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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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 기자

웨체스터 판을 시작한지 1년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났다. 지난 1월에, 웨체스터 판을 통해서 이곳 한인들의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지고 있다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계속해서 그 모임이 이 지면을 통해 한 둘씩 엮어지고 그 엮어짐이 점점 더 넓어져 우리 나름대로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페이스 북(Face Book)’이란 말을 처음 들은 지 한 6-7년 세월이 흘렀나보다. 처음, 대학 다니던 딸아이가 ‘페이스 북’ 이야기를 할 때엔 몇몇 대학교 학생들 사이에만 주고받는 블러그(blog)려니 했었다. 얼마 전 ‘페이스 북’을 만든 마크 쥬커버그(Mark Zuckerberg)씨가 100 밀리온 달러를 뉴왁 학교에 희사 했다는 뉴스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 그 빌리온에어가 귀엽게 생긴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26살. 내 아이들 또래인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정치촵사회 부문 컬럼니스트인 데이빗 부르크 씨와 모린 다우드 씨가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쓴 글이 며칠 사이로 각각 실렸는데, 다시 며칠 후엔 뉴욕 타임스 비즈니스 섹션에도 이 영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고찰한 기사가 났다. 마침, 페이스 북에 나를 친구로 초대한 사람이 있으니 가입하겠냐는 이메일을 받았던 터라, 당장 이 영화를 보러갔다. 길게 늘어선 창구 앞에서 한 얼굴이 낯익었다. 뉴욕 타임스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 같았다. 그
옆에는 동양여자가 서있어서 확신 할 수는 없었다. 젊은 애들이나 보러 올 줄 알았는데, 극장을 꽉 메운 관객 중에는 흰머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내 앞줄에나 나의 양 옆에는 60은 충분히 넘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잡아보려는 안간힘 쓰는 나이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에 감탄을 했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열었다. 구글(Google)에 창구에서 본 그 사람 이름을 쳤다. 맞았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씨의 부인은 중국여성이며 세 아이와 함께 현재 스카스데일에서 살고 있다는 걸 찾아냈다. 왠지 신이 났다. 채팅으로 애들에게 이 말을 전했다. ‘oh cool’ 아들의 답이다. ‘mom. cute.’딸의 답이다. 계속해서 마크 쥬커버그를 찾아 그의 페이스 북 페이지까지 열어
봤다. 이렇게 연결에 연결을 하다 보니 마크 쥬커버그 씨가 이곳 웨체스터의 답스 페리 출신이고 아즐리 하이스쿨을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연결망을 구축한 페이스북의 창시자가 웨체스터 사람이라니... 더욱더 반가왔다. ‘한민족 여성네트 워크(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의 뉴욕지부 회장이며 또한 웨체스터의 올드 타이머인 권현주 씨는 오는 28일 개최되는 ‘Reach Outside the Box’라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그 취지를 ‘1세대와 차세대 한인 전문 여성들의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했다. 올해 초 새로 조직된 ‘웨체스터 한인회’에서도 무료 ‘하버드 대학’투어를 마련하는 등 어느새 한인 커뮤니티에 한발을 깊게 내 딛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렇듯 우리의 네트워크는 세대를 연결하며 내 눈앞에서 내 옆에서 바로 이 지면 속에서 촘촘히 짜여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더 촘촘히 더 크게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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