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망향 60년에 갖는 바람

2010-10-20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한국전쟁 고아를 돌보기 위해 설립된 월드비전이 올해 60주년을 맞으면서 이제는 전세계 100여개국, 약 1억명의 불우어린이들을 후원하는 거대한 구호기관으로 성장했다. 미국인 밥 피어스 목사가 매달 작은 씨앗의 기금을 보내주어 시작된 한국월드비전은 오늘날 매년 약 1억달러에 이르는 구호기관이 되어 어려울 때 받았던 사랑을 다시 환원할 수 있는 기구가 되었다. 60년 전 전쟁의 참상 속에서 찌들게 가난했던 남한의 변모된 현실이다. 남한은 지금 세계 경제 15위안에 드는 강국으로 반도체, IT, 자동차, 선박업은 물론, 문화, 연예,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의 반열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런 즈음 남한을 침공했던 북한의 현실은 어떠한가. 먹을 것이 없어 기아에 허덕이며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인근 중국으로 탈출하는 탈북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죽거나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 핵무기와 미사일로 군사무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점점 더 인민을 담보로 나라를 고립무원에 빠트리고 있다.

남과 북이 둘로 갈라진 지 어언 65년, 북한은 세계의 시선과 남한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3대 세습제로 세계역사에 유례없는 통치체제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현재 전체주의 전제국가로 선군정치를 하면서 큰소리는 치고 있지만 외부에는 도리어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한심한 처지이다.
우리는 언제나 통일 통일 하지만 북한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극심하게 벌어진 남북한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 통일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일은 밉지만 그의 통치하에 신음하는 인민은 모두 우리와 피를 나눈 한 민족이다. 언젠가는 이들이 우리와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하고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동족인 것이다. 남한 정부는 다각도로 여러 통일정책을 펴고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녹아질 것 같지 않은 냉담한 북한을 과연 어떻게 설득하고 근접해서 통일의 길로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한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금부터 통일에 필요한 것을 물심양면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쌀 보내기, 의약품 보내기,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은 그들과 멀어진 간극을 좁히고 얼어붙었던 남북한의 관계를 해소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정책이다. 이런 노력은 우리 정부차원에서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안의 사고의 차이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통일에 대한 사고와 이해를 같이 하지 않는다면 통일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중에는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들이 강원도 한 산골마을에 침투했을 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항거하다 무참히 숨진 이승복 어린이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는 강한 반공의식에 갇힌 채 수십년을 지나왔다. 아직도 그 사고와 시각으로 통일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북한에 쌀을 주고 의약품을 주고 할 때 “왜 그들에게 그렇게 퍼주기만 하는가” 라며 이해를 달리하고 거품을 풀면서 반대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60년 이상 벌어진 격차가 좁혀져 남북한이 하나로 되기에는 그 시간만큼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통일은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다. 그 긴 세월의 갭을 메우는 데 기껏 10년 정도 하고 할 만큼 다했다고 쉽게 손을 뗄 수 없는 일이다.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의 통일이 더 시급한 이유다. 한반도가 갈라진 지 60년이 훨씬 넘은 오늘, 남북한의 벌어진 격차를 보면서 우리가 받은 사랑을 다른 나라에게 돌려줄 수 있는 힘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제는 우리부터 먼저 남북한의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를 하나로 통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망향 60년 세월, 한 맺힌 분단의 아픔과 상처는 언제나 치유될 수 있을까.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