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칙이 있는 사회

2010-10-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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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 (뉴욕신광교회 목사)

사람이 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시대나 환경에 따라서 가치관은 변하기도 하고, 위 아래가 바뀌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것은 대동소이하기에 별다르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난히 이해력이나 가치관이 최고치와 최저치를 오르내리기에 사회가 혼돈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황장엽씨의 장례절차만 보아도 그렇다. 인간적으로 여러 가지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세상적으로 보면 외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고, 가치적으로 보아도 남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현충원에 장지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충원은 어떤 사람들이 안장되는 곳인가? 나라에 공로가 있든지 아니면 국가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이 대다수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그러나 유가족 중 근래에 전사자는 다를지 모르지만 6.25 참전 장병들의 유가족은 어떤 느낌이 있을까 한번쯤은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아무리 공을 따지고 가치를 따지더라도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 역사관과 가치관을 바르게 가질 때 그 나라는 장래가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비빔밥이 되면 이는 공멸할 것이다. 이 세상은 얼마나 냉엄한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짐을 지우거나 후대에 짐을 지우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의 하나 이장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이해되지 않은 것은 현충원에 장례하려면 공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살아서도 공로인정이 되지 않았는데 죽은 사람에게 현충원 장례를 위해서 훈장을 추서하는 일을 한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에 있으며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의 사고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귀에다 걸면 귀걸이, 코에다 걸면 코걸이식의 가치관이 아닌지....

모든 삶에서 원칙이 무시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를 바르게 잡아주고 감독해야 할 국가가 그렇다면 더욱더 불행한 일이다. 약자나 없는 자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왜 특수 몇 사람에게는 힘이 없고 갈팡질팡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국가라면 더욱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두 잣대로 이 사람에게는 이 잣대로, 저 사람에게는 저 잣대로 가름하다가는 어느 날 모두 자기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잣대를 하나만 가지자. 한 자를 가지고 융통성을 가지면 될 것이다. 장구한 역사를 보여주고 후대에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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