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우울한 소식과 기쁜 소식

2010-10-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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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지난 몇 일간은 우울하고도 유쾌한 날이 번복됐다. 먼저 우울한 것은 최윤희씨의 남편과의 동반 자살이다. 한국에서 행복전도사로 잘 알려진 최윤희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사람이다. 책도 20권이나 저술했다.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나와 그녀만이 가진 재치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전달했다.그런 그녀가 왜 남편과 동반자살을 했을까. 남편이 먼저 그녀의 자살을 도왔고 다음에 남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반성 루프스란 병을 앓으며 ‘700’가지 고통을 당했다는 최윤희씨.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목숨까지 끊었을까. 결국 그는 자살로 고통의 생을 마감하면서도 자녀에게 남긴 유언은 “웃어라”였다고 한다.

그녀의 자살은 고통 때문이었다 치자. 아주 건강하였다는 그녀의 남편의 동반자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 기사를 본 ‘나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질문을 한다. “만에 하나 내가 그렇게 목숨을 끊는다면 당신도 나를 따라 같이 숨을 끊을 수 있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왜 대답하지 못 했나? 혼자 생각을 해 본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은 우선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이유 중의 하나다. 또 자살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내가 그런 고통가운데 있다하더라도 그 고통을 이겨나갈 수 있는 다른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 가입한 30개 국가(한국 포함) 가운데 자살률이 한국이 최고라 한다. 10만 명당 28.4명이다. 다른 나라 평균의 10만 명당 11.2명에 비해 약 3배가 된다. 5분에 한 명꼴로 하루에 288명이 자살한다고 한다. ‘자살대국’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국가적 예방 차원이 필요하다. 이젠 우울한 소식이 아니라 유쾌하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칠레에서 날아온 소식. 69일 동안 매몰된 광산 지하에 갇혔던 광부 33명 전원이 구출됐다. 칠레 북부 사막의 한 복판. 구리 광산인
산호세 광산. 지난 8월 5일 이곳에서 낙반사고가 일어났다. 700미터 지하에서 일어난 사고로 33명이 갇히고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8월12일 칠레 광업부장관은 이들의 생존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살아 있었다. 생사를 알게 된 것은 사고가 난 후 17일만이었다. 지상 구조팀이 암반을 뚫고 내려 보낸 가느다란 탐색 파이프에 “여기 33명은 무사하다”고 쓴 쪽지를 올려 보낸 것이다. 이 때 부터 세계는 이들의 구조를 위해 온 국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10월13일(현지시간). 이들이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던 광경은 2000여명의 취재진을 통해 온 세계에 전달됐다. 이 소식은 희망! 그 자체였다. 과연 69일 동안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들이 가졌던 생존에 대한 소망이 그들을 살렸다. 절망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을 살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의지와 집념이 그들을 살렸다. 또 리더쉽이 그들을 살렸다. 19살부터 63세까지의 연령으로 구성된 이들 중 가장 고령은 마리오 고메즈다. 그는 불안해하는 동
료들을 달래고 지하 공간에 예배당도 마련하는 등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최윤희씨도 63세인데 마리오 고메즈 역시 63세의 나이라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한 사람은 생을 죽음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죽음을 이기고 다른 동료들과 살아났다. 살아난 자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세상에 알려준 생의 찬양자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지 말아야 한다. 어떤 역경에서도 자살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신과 악마”사이를 오고간 33명의 광부들. 결국 그들은 악마가 아닌 신의 손을 잡고 살아남았다. 69일 만에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그들의 인간승리를 축하하고 또 축하한다. 그리고 고통을
견디지 못해 간 최윤희씨와 그의 남편의 죽음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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