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자살위험에 노출된 우리들

2010-10-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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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실연당한 주인공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그 당시 유럽전역에서 이와 유사하게 실연당한 남성들이 강물에 뛰어들어 잇따라 자살을 시도했다. 이런 현상의 일환인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던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김성재, 서지원, 김광석, 이은주, 최진실, 안재환, 유니, 심지어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자살하더니 이번에는 또 행복을 전하던 ‘행복 전도사’ 최윤희씨가 남편과 함께 목숨을 끊고 유명을 달리 했다. 불치의 병으로 인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프면 자살까지 하였을까? 이러한 비보가 전해질 때 마다 우리의 마음은 여간 착잡하지 않다. 얼마나 힘이 들면 생명까지 끊겠나마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와닿는 파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계청에서 나온 통계결과 유명인들이 자살을 한 해는 모방자살자 수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모방자살이 이곳 이민사회에까지 파급될까 두렵다. 실제로 최근 개설된 ‘생명의 전화’ 기관에는 요즘 하루 한 두건씩의 시급한 문제로 한인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이다. 자식이나 연인으로부터 받은 배신감에, 잡을 얻지 못해, 부부 및 고부간의 갈등, 부모자녀간의 마찰 등으로 죽고 싶은 심정을 토로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금년도 8월 자료에 따르면 10만명당 자살자수는 연 평균 16명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볼 때 100만명이 자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한국의 자살자 수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자살자수는 10만명당 올해는 38명이고 지난해는 36명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자살자수가 10만명당 21명인 2위국에 비해 한국은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숫자다.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일수록 자살율이 높다고 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한데도 상대적으로 자살율이 높다고 하는 것은 문제이다.올 자살자수가 10만명당 38명이라고 하지만 자살을 시도한 자는 평균적으로 6배, 한국의 경우 8배까지 봐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금년도 인구 전체중 2만3000명이 자살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자살 시도자가 2만명이면 8배의 경우 총 16만명, 자살자수와 시도자수를 합치면 거의 20만명을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숫자다.

더군다나 자살 가족이나 시도자가 있으면 이는 주변 20명에게 까지 자살에 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20만명이 자살시도자면 400만명이 자살문제로 영향을 받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민사회의 경우 한국과 같은 DNA에다 또 같은 한국의 영향권에 있고 언어장벽,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산한다면 한국보다 더 자살률이 높을 가능성이 많은 현실이다. 현지 장례기관이 밝힌 바에 따라 미국거주 한인들의 평균 자살자수를 10만명당 40명, 미동부지역에 한인인구수를 80만명으로 보면 10만명당 320명이 자살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그리고 자살기도자수가 자살자의 8배를 하게 되면 2400명, 자살자와 자살기도자를 합해 그 영향권에 드는 사람은 20배로 확산될 경우 5만4천명까지 자살의 위험속에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의 통계청자료에 현재도 15%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생명존중에 관한 새로운 캠페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지 자살방지 기관에 걸려오는 한인들의 전화를 종합해 보면 모두 이민생활에서 거의 외로움이나 경제적인 고난을 이기지 못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쇄된 이민사회에서 오는 고독감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한인들이 예상외로 많다고 한다. 이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어떻게든 무모하게 생명을 끊는 자살은 막아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한인사회 차원의 계몽과 자살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한인교계의 절대 빈곤과 소외계층에 대한 보듬기 노력이 시급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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