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아빠 되기 위한 비법

2010-10-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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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일(뉴욕가정상담소 디렉터)

좋은 아빠란 친구와 같은 아빠라고 정의를 내렸었지만 그것의 한계는 금방 닥쳐온다. 한 아빠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저는 하루에 1시간 이상 아이와 놀아줍니다. 이제는 제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어오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요?” 그렇다. 친구가 된다는 의미는 서로 허물없는 사이라는 뜻은 분명히 맞지만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누가 아빠고 누가 아이인지 구분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결론을 내린 것이 좋은 아빠란 친구같은 아빠와 엄격한 아빠라는 정의를 다시 내렸다.

엄격한 아빠란 아이에게 집에서의 규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TV나 인터넷을 많이 하는 아이에게 적절한 시간을 정하고 지키게 하는 것이다. 이때 구두로 하지만 아이의 상태에 따라 때론 종이에 적어서 거실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그리고 TV의 경우, 시청하는 시간을 정했다면 부모도 함께 그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만일 아이만 지켜야 하고, 어른은 예외라고 한다면 아이는 절대 신뢰하지 않고 동의도 하지 않는다.


식사 시간에는 좋은 규칙인 의무를 만들 수 있다. 아내가 밥을 차리면 아이들은 수저나 물을 준비할 수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밥 푸는 일이나 설겆이를 시켜도 된다. 그러면 식사시간은 서로 협동하는 시간이 된다. 매일 신발을 정리하는 일도 있다. 그러면 아이도 자신이 집에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생활에서 자신의 할 일에 대한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아빠는 체크하고 관리하는 모드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야단을 맞아야 하며, 아이 입장에서는 항의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아이의 의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아빠의 권위는 스스로 내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긴다. 여기서 아빠가 야단을 친다는 의미는 절대 때린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일을 소홀히 했을 경우,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는 것 자체로 그 기세를 제압할 수 있다. 만일 반항이나 이의를 제기한다면 거실에 붙인 내용을 함께 보고 확인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이가 쉽게 항의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약속의 중요성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결국 엄격한 아빠가 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의 의무를 지워주는 일이며 그것은 곧 집에서의 규칙을 지키는 일이다. 주의할 점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의무관리가 다소 달라야 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집안일에 대한 의무를 늘려가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간의 소통과 대화와 놀이는 자연스럽게 늘어가게 마련이다.

30년전 양육형태를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아버지들은 정말 많이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대부분 13년 동안 하루에 두끼 이상을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의 의미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함께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가장 싫은 것이기도 하다. 그 당시 아버지는 식사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장악했다. 물론 아이가 불만 사항이 있으면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만 즉시 아버지에게 전달되었고 두 분이 상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다시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 결론을 말해주었다. 당구로 말하면 스리쿠션의 양육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물론 소득이야 옛날보다 향상되었지만 아이와 식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요즘 아빠들은 너무나 바쁘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을 하는 아빠가 많다. 주중에는 아이 보기가 정말 어렵다. 그 부족한 아빠의 역할을 주말에 아이와 외식하는 것으로 복원하려 하지만 주중에 끊어진 네트워크를 쉽게 복원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아이와의 교감이나 소통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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