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치 담가 서울로 부쳐?

2010-10-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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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6일자 한국일보 본지1면에 ‘배추 로또’에 당첨된 서울의 한 여성이 배추뭉치를 한쪽 어깨에 매고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사진이 실렸다. 5일 오전 서울 신림동 신원시장에서 5시간 줄 선 끝에 시중가 70%(1인당3포기 1만4,000원)에 배추를 구입한 뒤 환호하는 그 모습을 보니 식탁에 김치를 올리지 못하는 한국주부들의 심정이 어떨 지 측은하기 그지없다. 서울의 일부 대형마트에는 아예 배추가 수급되지도 않았고 열흘새 가격이 40%나 오른 무도 5일 신세계 이마트에서 개당 4,150원이라 깍두기 담그는 것조차 포기해야 할 판이라 한다.
한국인의 배추 파동은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6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은 “김치를 매일 식탁에 올리는 한국에서 배추 부족으로 작은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서울의 웰빙 마켓에서 작은 배추 3포기 한세트가 20달러 정도에 팔릴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방송은 할머니가 배추가격을 물어본 뒤 2만원(3포기)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비싸, 너무 비싸....지금은 못 사”라고 한숨 쉬는 목소리도 전했다. 폭등 원인으로 올여름 집중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전국적 생산량 감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경작지 자체가 훼손, 줄어들었다는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연말까지 수입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고 있지만 기생충이 발견된 바 있는 중국산 배추는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여름 배추가 공급이 나빠지면서 가격이 뛰자 11월 김장철에 수확하는 배추도 밭떼기 거래가 2배 이상 급등, 이래저래 배추가 ‘금치’가 아닌 ‘다이아치’가 되고 있다고 한다.그동안 서울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뉴욕과 파리, 독일 등에 사는 딸을 위해 김치를 담가서 택배로 부쳐주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한국 마켓이 없는 도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뉴욕에서야 한국 마켓에 널린 것이 배추김치를 비롯한 깍두기, 열무김치 등 각종 포장김치라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을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었다.

어떻게 한국에선 배추 한포기가 1만원에 육박, 거의 10달러나 할 수 있는 지? 이 금액이면 뉴욕에선 배추 한 박스(현재 9.45(세일가)~14달러, 보통 9~12 포기)를 살 수 있다. 마켓 청과부관계자에 의하면 본격적인 겨울 전까지 이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데 평소에도 로칼은 물론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캐나다 등에서 오는 배추 한박스 가격은 8~25달러 정도라 마음만 먹으면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

20년 전부터 우리집 김치 담그는 데는 패밀리 역사가 많다.현재만 얘기하자면 김치 담그는 데 남녀노소 불문 온 식구가 동원된다.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식힌 찹쌀가루에 고춧가루, 젓갈 기타 양념 버무리는 일, 배추 속 무와 당근 채썰기와 절인 배추 헹궈 물기 빼는 일, 마늘과 생강 빻고 양념에 배추 버무려 통에 집어넣는 일 등 온 가족이 분담하여 각자 맡은 일을 한다. 그래서 별로 힘들지 않게 배추 1박스 많게는 2박스를 김치 담가 대형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두달 정도는 김치 걱정을 안한다. 가득 찬 김치통을 보면 흐뭇해지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익었나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싱겁거나 좀 짜거나 시행착오를 거쳐 요즘은 먹을 만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것이 김치 담그는 기술인가 싶은 찰나에 한국의 배추 파동을 보니 김치를 담가서 서울의 언니에게 택배로 부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땡스기빙에 오하이오주에 사는 조카가 뉴욕 이모를 보러 오겠다는데, 그동안은 친정엄마가 한국에서 택배로 보내준 김치를 먹었는데 지금은 말할 수가 없단다. 뉴욕에 조카가 오면 좋은 배추를 얼마든지 싼 값으로 구할 수 있는 김치 선심으로 톡톡히 이모 노릇을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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