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대물림하는 가정폭력

2010-10-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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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주위에서 보면 수려한 외모와 자상한 매너를 가진 남자와 순수하면서도 쾌할한 성품의 여자가 부부인 커플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어디든 잘 어울리고 누구와도 거침이 없이 활발하게 적응한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생각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멋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했던 바로 그 남자가 부인을 툭하면 손찌검을 해서 그 남
자로부터 매맞은 부인이 맞다 못해 급기야는 경찰에 신고까지 한 케이스다. 보기에는 설마 그럴 리가 하는 남자에게서 예상치 않은 폭행의 그림자가 그들 부부 사이에 어둡게 드리워져 있던 것이다. “오죽 못난 남자가 여자를 때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 거지” 남편의 아내 때리기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칠 줄 모르고 한인들 가정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보통 남들 앞에서는 멀쩡하다가도 아내와 다툼을 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다고 한다. 소위 아내에게 한번 손찌검을 한 사람은 웬만한 문제가 나와도 말 보다는 우선 홧김에, 부화가 치밀어서 하는 이유로 아내의 얼굴이나 신체에 무조건 손찌검부터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내가 무슨 동네북인가, 그야말로 때릴 데가 없어서 본인보다 훨씬 체구가 적고 뼈대도 약한 아내의 몸에 손을 대 폭행 전과자가 되는 것일까?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여자에게 손을 대는 성향을 가진 남자라면 결혼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때리는 데에는 한 번의 실수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한번 여자를 때려본 남자들은 다시 여자를 때리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이다. 뉴욕가정상담소에 따르면 한인들의 상담내용 중 80%가 가정폭력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매년 가정폭력방지를 위한 침묵행진으로 ‘평화는 가정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정폭력
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지만 한인사회 가정폭력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보고 자란 남성들의 고정적인 유교관념이 변하지 않는 한, 남자들의 아내 폭력의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민온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이 생긴데 따른 지위향상을 남자들이 예전의 잣대로만 생각하고 보는 그런 낡은 관념 때문에 가정폭력의 근절은 더욱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한국에는 가정폭력의 47.7%가 40대 연령층에서, 학력은 고졸이 45.5%로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의 경우 가정폭력방지법이 만들어졌는데도 가정폭력이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가정폭력은 OECD가입국가 중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여성은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때문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고 고막이 터져 잘 듣지도 못하게 된 사례까지 있다. 가정폭력방지학회의 조사결과 40%가량의 가정에서 일년에 한번 이상 폭력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중 가장 많은 것이 아내구타로 4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심리적 안정이 없을 경우 생기는 가정폭력의 문제점은 평생동안 간다고 하는 점이다. 특히 배우자에 대한 불만으로 생긴 분노와 자격지심은 자녀에게 까지 발산할 수 있는 여지도 너무나 많다.

어릴 때 가정폭력을 간접으로 보거나 경험한 사람일수록 이성에게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파괴된 가정과 아버지의 폭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 그리고 또 다시 누군가에게 가하는 아들의 폭력... 이와같이 가정폭력은 대물림을 하고 있다. 남편의 아내 때리기는 가정파괴의 주범이요, 반드시 가정에서 사라져야 할 범죄이다.집안에서 여자를 상대로 남자가 가하는 폭력은 어느 모로 보아도 여자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장부(丈夫)로서 할 일이 아니다. 남자의 화를 돋우어 손찌검을 유도하는 여자들의 어리석은 말과 행동도 문제가 있다. 가정폭력 방지의 달인 10월, 우리 가정에는 문제가 없는 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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