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모지상주의

2010-10-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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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예뻐지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특히 한국여성들의 극성은 한때 이곳 미국여성계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요즘 한국에 가보거나 고국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들은 입성도 세련되고 얼굴도 예뻐 보인다. 지난날 배고팠던 시절, 꾀죄죄하고 초라하던 모습하고는 사뭇 다르다. 경
제가 발전해서 배가 부르고 웬만큼 살만하니 모두들 모양내는데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온 국민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체재의 혜택을 받는 중산층 이상의 얘기다.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 허덕이는 다수의 서민대중은 차안에 부재이다.

한국여성들이 전보다 예뻐보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인류학적 인종개량이 이뤄진 것일까? 화장품 공업과 미용술, 그리고 성형수술의 광범한 보급과 그 기술의 발달이 인조미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중국여성들까지 한국에 가서 얼굴을 뜯어고친다고 하니 코리아는 가히 선진성형수술 미인 공화국이라 하겠다. 돈이 으뜸이라는 물신숭배 풍조와 함께 얼굴 예쁜 것이 제일이라는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인물도 좋아야겠지만 마음이 고와야 하느니..”등등 옛 어른들의 충고, 결혼을 앞둔 요즘 젊은이들은 이를 귓등으로 듣는다. 결혼뿐 아니다. 취직하는데도 인물 좋은 것을 첫째 조건으로 꼽는다고 하니 남성들도 야단났다. ‘꽃미남’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우람한 남성미 같은 것은 옛말이 된 것일까? 교양미나 타고난 민족고유의 아름다움보다 감각적 서양미인을 닮아보려는 정체성 상실의 또다른 단면이자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라 하겠다.


예뻐지려는 여성들의 극성스런 노력은 마음에 드는 이성의 환심을 사서 시집을 잘가고 월급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이기적이고 세속적 욕망이 동기일수도 있지만 미(美)그 자체를 추구하는 인간에게만 있는 탐미적 본능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예술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동시에 미학이라는 독립학문이 연구하고 있는 철학의 과제이기도 하다. 중국 춘추시대의 철인 사묵은 “사물은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몸은 좌우가 있고 각자는 배필이 있다. 우주에는 음양이 있고 미가 있으면
추가 있다. 전쟁이 있으면 평화가 있고 질병이 없으면 건강도 없다” 즉 모든 것이 반대되면서 서로 어울리는 각기 자기의 대립물을 자기존재의 전제로 한다는 오늘날 변증법의 명제를 소박하게 표현하였다.

자석을 둘로 쪼게 하나 북극만, 다른 하나는 남극만 가르키도록 할 수 없듯이 미와 추는 한 쌍의 대립물로서 결코 쪼갤 수 없고 항상 함께 할 때 상대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추가 없으면 미가 없고 미가 없으면 추도 없다. 이렇듯 미와 추는 서로 반대되는 대립물로서 인간은 추를 피하고 미를 쫓는 본능적 지향성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감각적 육체미보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세련된 교양미가 진짜배기 아름다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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