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업날짜 한국이 세계 2위

2010-10-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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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목요일 NBC가 마련한 특별대담에 출연하여 미국의 교육개혁을 말하면서 특히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물론 인성(人性)교육의 부족, 입시교육 등 국내 교육계의 자가비판도 많지만 미국 전 국민에게 호소하는 대통령의 연설에서 한국교육을 미국이 본받을 효시(嚆矢)로 제시한 것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어깨가 넓어진다. 교사의 높은 자질은 한국에게 배우고 교직에 대한 사회의 존경은 중국을 닮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미국의 교육평가 조사 기구에 의하면 수업 날짜에 있어서 일본이 1위로 연 243일, 한국이 2위로 220일, 이스라엘이 3위로 216일, 미국은 18위로 180일에 불과하다. 한국에 비하면 60일이나 더 놀리는 셈이다.

매캐치 트리뷴지의 자료국장인 미치 알범 기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이런 기사를 썼다. “한국은 학교를 풀타임 잡(full-time job)으로 생각하며 풀타임 결혼으로 생각한다. 밤낮으로 공부시키며 주말도 없다. 밤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떼를 지어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자녀교육을 위하여 가족이 나뉘어 사는 것을 보통으로 생각한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학교에서 먹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인 기자 한 사람이 나에게 “아이들을 세계적인 지도자로 키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는데 나는 그런 엄청난 것을 생각해 본 일도 없었기 때문에 입이 막혀 버렸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이민의 목적을 물으면 대부분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왔다고 말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뛰는 이민자들의 고생이 주로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한결같은 바람 때문에 고생을 각오하고 이민 길을 떠난 것이다. 미국 대학 협의회가 세계적으로 고등교육 실태 조사를 하였다(2009년). 25세부터 34세 사이의 청년들을 상대로 대학 졸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본 결과 캐나다가 55.8%로 1위였고, 한국과 소련이 55.5%로 공동 2위, 그 뒤를 일본과 뉴질랜드가 쫓고 있고 미국은 12위로 44.4%가 대학 졸업생이다. 비례적으로 보면 한국인의 대학 졸업 율이 미국을 11%나 앞지르고 있다.

위대한 장군들이 개선 행렬의 선두에 서지만 참다운 승리자는 무명의 용사들이다. 저명한 학자들이 새로운 교육이론을 펴지만 정말 교육의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말단의 교사들과 가정의 부모들이다. 그들에게는 감사장도 표창장도 박수갈채도 없지만 그들 교육자는 무지와 흑암의 건널목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들은 잠자는 자를 깨우며 불안한 내일에 소망을 불어넣고, 작은 촛대를 들고 한 어린 아이의 갈 길을 밝혀주고 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나 사랑을 전달하는 자, 그들은 바로 교사와 부모들이다. 교육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라는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늘의 성공이 장래를 구축하므로 교육은 일단 오늘을 위한 것이다. 다섯 살 난 아이는 다섯 살 아이들이 받아야 할 교육을 받고, 열일곱이 된 청년은 열일곱에 걸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집을 지을 때 건축을 너무 빨리 서두르면 뒤에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교육은 공장에서 제품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므로 그 때 그 때의 교육과정을 착실하게 밟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부모들은 ‘빨리 빨리 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은 제한(limits)속에 산다. 갓난아이를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하여 크립(crib) 속에서 키운다. 학교에 가면 교실이 있어서 제한이 확대된다. 성인이 되기까지 많은 생활 훈련이 필요하다. Discipline(훈련)이란 단어는 라틴어의 학생이란 말에서 나왔다. 학생이란 훈련 받는 자인 것이
다. 제한은 귀찮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훈련이다. 교육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성숙(maturity)이란 종합적인 열매이다. A학점을 받은 아이가 B학점을 받은 아이보다 성숙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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