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이산가족과 정대세의 눈물

2010-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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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추석을 맞아 1년만에 나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관련 소식이 쑥 들어가 버렸다.지난 9월 17일 첫 적십자 접촉에서 10월 17일부터 21일 사이에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지만 상봉 장소와 규모 등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별도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이런 판국에 북한은 44년만에 열린 당대표자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북한 인민군 대장, 당 군사위 부위원장과 중앙위원이 됨으로써 3대 권력세습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방영된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1면에는 당대표자회의석상의 맨 앞자리에 앉은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을 전격 공개했다. 두툼한 볼살과 크고 우람한 몸집의 김정은은 짙은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북한이 안정되거나 새시대가 열려 남북간 대화가 활짝 열리면 가장 먼저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이 스물여섯 살의 젊은이가 뭐가 아쉬워서 이산가족 문제에 신경을 쓸까?피를 나눈 부모, 형제가 남북으로 갈라진 채 60여년, 남북간 사이는 좋아질 듯 하다가 멀어지고 가까와진 듯하다가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다.이미 북한에 직계 가족을 둔 이산가족은 대부분 고령으로 죽었다. 살아있어도 80~90세 정도의 고령인데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워낙 많다보니 엄청나게 운이 좋아야 순서가 온다. 오늘도 이제나 저제나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 열리려나 하고 고개를 북쪽으로 하고 있는 노인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모든 이산가족이 다 만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한반도 통일일 것이다.
물론 한국과 북한 동포 모두 통일을 염원해야 하고 통일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고 미국과 중국의 지지와 협조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보이는 것은 남과 북의 위정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산가족들의 모습만 보인다.
현실은 이렇게 답답한데 전 세계에 흩어져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한인 유학생들이 큰일을 해냈다.

지난 9월 21일 한인 유학생들이 힘을 합쳐 만든 노래와 동영상이 세계 평화에 대한 인터넷의 기여를 기념하는 동영상 콘테스트에서 전세계 600여 개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우승한 것이다.미국 유학생 모임(미유모, 회장 김승환)이 만든 ‘평화를 위한 최고의 도구’란 제목의 이 동영상은 4분 분량으로 지난 6월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제작했던 평화의 노래와 영상을 사용해 만들었다.
월드컵때 브라질과의 경기 전 북한대표팀 정대세 선수가 하염없이 흘리던 눈물을 보여주며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기원하는 노래와 티셔츠 등을 만들어 배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있다.이 ‘정대세의 눈물’이 1,400만명 이상의 유튜브 시청자를 울렸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된 인터넷이 수상자로 선정되면 우승한 이 동영상은 더욱 많은 전 지구상 인류가 보게 될 것이고 그러자면 이 동영상은 무슨 일을 이뤄 낼 지 모르겠다.

미국, 한국, 중국, 카타르등에 흩어져 공부하는 한인유학생들이 합심해 만든 이 동영상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평생을 일군 재산과 지위, 명예를 잃고 싶지 않은 어른들에 비해 젊은이들은 얼마나 당당하고 거침 없으며, 맑고 순수한가.‘우리가 하나가 되어 세계도 하나가 되게 하고 싶다’는 노래는 갑자기 한반도 통일을 밀어부칠 기세이다. 그 강하고 센 바람이 지금 뉴욕에 몰아닥친 태풍보다 더 거세게 불어 갑자기 통일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남북한 총 7,400만명의 동포가 하나로 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이고 세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고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어른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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