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라를 구해낸 음악

2010-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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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선(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핀란드가 러시아 압제치하에 있었던 1894년 압박의 굴레에서 나라를 구해낸 것은 음악의 힘이었다. 핀란드 국민음악의 창설자이며 교향곡 작곡의 거장 시벨리우스는 핀란드국민이 소련의 압제 밑에서 오래 참고 견뎌온 민족의 분노를 핀란드 멜로디와 리듬을 바탕으로 강렬한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그 곡이 바로 유명한 교향시 ‘핀란디아’다.이 음악을 통해 독립운동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번져가자 러시아정부는 이 곡의 연주를 금지시켰다. ‘핀란디아’가 불붙인 핀란드 국민의 애국정신은 러시아압제의 쇠사슬을 끊고 자유독립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인간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악이다. 국민의 건전한 정신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국가들은 모두가 음악이 살아있고 국가는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국가들 가운데서도 베토벤, 브람스, 밀러 등 위대한 음악가들을 배출하였고 철학과 문학분야에서도 쇼펜하우어, 니체, 칸트, 괴테 등 탁월한 인재들을 배출하였으며 가곡의 발생지
요 국민 거의가 가곡을 사랑하는 독일은 철학, 문학, 음악에 걸쳐 인류정신사에 큰 빛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국민들은 검소하고 성실하며 지성적이다. 독일도 한때 동과 서로 갈라진 민족분단에 처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싸우지않고 서신왕래, 문화교류, 친지상봉 등을 하더니 10년만에 통일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 3백만 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1천만명의 이산가족들이 발생했다. 지금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산가족들은 헤어진 혈육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이산의 뼈아픈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온 지 6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집을 나간 가족이 하루만 연락이 끊겨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데 60년이란 긴세월동안 헤어진 혈육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고통을 어디에 비할 수 있으랴! 어찌하여 우리민족이 이처럼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한
단 말인가? 언제까지 참혹한 비극을 쳐다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 모든 비극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문화의 생활화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베토벤이 38세때인 1808년에 작곡한 작품이다. 그가 빈 근교에 하일리겐슈타트를 찾았을 때 자연에서 받은 감명을 작품에 담은 전원교향곡이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 뻐꾸기 우는소리, 폭풍우에 이어 목동들의 피리소리 등... 이 곡의 아름다운 소리는 마음의 슬픔과 고통을 기쁨과 희망으로 변화시켜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생각된다. 나는 가끔씩 이 멜로디를 여러 번 되풀이해 들으면서 기쁨에 찬다. 이 세상에는 이와 같이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도 못하고 괴로움과 슬픔의 수렁에서 헤매는 불쌍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나는 가곡을 사랑한다. 가곡은 정직, 소박, 지성, 인내, 사랑 등 인간정신에 가장 소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가장 문화적인 노래라고 깨달은 후부터 나의 가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더욱 더해갔다. 가곡사랑은 가정과 사회를 회복시키고, 나라를 살리며 민족통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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