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혜로운 말 쓰기

2010-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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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옛날 우리 선조들은 무엇이든지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기보다 에둘러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것은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했고 또 상대에게 해학적이지만 강한 설득을 하기 위한, 고단수의 대화방식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것은 말을 순화하기 위하여 노력한 하나의 삶의 방식이자 문화였다. 또한 아무리 어렵고 각박하여도 상황과 뜻을 잘 승화시켜 거친 현실을 순화하고자 노력한 윤활유, 즉 말의 지혜였다.

우리의 조상들은 거칠지만 나름 풍요를 가져다주었던 만주벌판을 잃어버리고 한반도로 그 활동의 무대가 축소된 상황에서 70% 이상이 산이고 농지라고는 남부에만 조금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참으로 힘겨운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이런 말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재상이 길을 가다가 한 어린아이에게 물었다고 한다. “애야 너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디 가셨느냐?” 그랬더니 이 어린이가 대답을 하길 “아버지는 낮 눈 가지고 밤눈 따러 가셨고, 어머니는 물에 빠진 놈 깍때기 벗기러 가셨습니다.” 라고
했다. 재상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물어보니, “아버지는 밤에 불을 밝힐 ‘관솔’따러 가셨고, 어머니는 보리를 물에 불려서 방아 찧으러 가셨다는 말입니다.” 라고 했다.


이 아이가 말을 지어냈는지, 아니면 그의 부모가 한 말을 알아듣고 사용을 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참으로 그 비유가 해학적이다. 말은 상대가 잘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서 하고, 그로 인해서 상대의 생각을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똑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어떤 비유와 표현으로 하는가에 따라서 천년을 두고 후세에게 전해 질 수 있다. 좋은 마음을 먹으면 좋은 말이 나오고 좋은 행동이 나온다. 거꾸로 바른 행동을 하고 바른 말을 쓰면 좋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옳든 그렇지 않든 아직 정해지지 않은 어린
이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가르치고, 좋은 행동을 보여주고 가르치게 되면 그들의 마음이 올바르게 된다. 이것이 예절 교육이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원칙을 벗어날 때 생기게 된다. 나쁜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하면 나쁜 결
과가 생기는 것이고, 나쁜 마음을 표현하면 나쁜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본 어떤 현상만이 진리는 아닌 것이다. 그것이 진리인지 아닌지 본 현상에 대한 탐구를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는 분들은 자신이 본 것만을 진리로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큰 해를 입히게 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한마디 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하라고 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싸울 일도 말로 해결이 되고, 말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혼자 오해하고 부풀려서 큰 싸움이 되게도 한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다. 알게 모르게 주위에서 수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다. 우린 모두 형제들이다. 어떤 이들은 쉽게 미국에 왔고, 어떤 이들은 가시밭길 돌무덤 바위산을 뚫고서 오는 것만큼 힘들게 여기에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선 우리는 모두 하나다. 이제 우리도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푹 익은 된장 맛이 나는 순화된 말을 사용하여 거친 우리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면서 서로 덕담을 하여 용기를 북돋우고, 고난과 역경을 삶이라 여기고 함께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거기에 지혜가 듬뿍 담긴 해학적인 말로 한인 커뮤니티의 윤
활유를 공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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