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나무

2010-09-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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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생각’과 ‘나무’는 공통성이 있을까. ‘있다’고 하면 생각을 깊이 한 것이고, ‘없다’고 하면 얕은 생각이라고 언뜻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생각’은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으로 본래 형태가 없고, 나무가 싱싱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전연 별개의 두 가지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성장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도 아닌 생각이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나무’라면 가능하다.나무는 흙, 수분, 태양열의 보호로 성장한다. ‘생각’도 외계의 영양분을 흡수하고 성장한다. 이 경우 흙에 해당하는 것은 부모의 사랑과 배려이고, 수분과 태양열에 해당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이다. 갓난아기도 살기 위한 생각이 있어 울음이나 몸짓으로 이를 표현하고 어른들은 이를 알아보고 갓난아기를 도와준다.

인류 문화의 발달은 자연의 불을 발견한 이래, 여러 가지 도구를 써서 불을 일으켰고 불의 이용과 발명은 문화 탄생의 근원이 되었다. 말하자면 인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집대성이 오늘의 찬란한 문화를 창작한 것이다. 인류 모두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고 그 결정체가 문화를 건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생각한다’는 것으로 알지만, 동물도 생각하는데 우리가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하는지 모른다. 하여튼 사람이 생각한다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다. 그래서 이 씨앗을 정성껏 가꾸는 일에 게으르면 아까운 일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생각 씨앗을 귀중하게 다루는 지혜를 가지면 좋겠다.


우선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과자를 집어주는 대신 ‘먹고 싶은 것을 집어봐’라고 하며 ‘어떤 옷을 입겠는지 마음대로 골라봐’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읽도록 하자’ 등등의 말로 어린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른들의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생각하는 씨앗의 성장을 돕고, 생각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된다. 좀 더 크면 ‘엄마, 책을 골라 주세요’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네가 읽고 싶은 책은 자신이 골라야지 엄마가 어떻게 그런 책을 고를 수 있겠니’ 라는 대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었어! 무슨 이야기지? 왜 그렇게 생각해?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등등 어린이와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늘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 줘. 그들이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알고 싶어’라는 질문으로 교우관계도 알아보고, 어떤 생각으로 친구를 대하는 지 자녀의 생각을 살필 수 있다. 이런 사소한 평상시의 대화는 생각하는 나무에 좋은 영양제가 된다.

‘오늘의 토픽’에 대한 가족의 대화는 생각하는 나무의 특급 비료라고 생각한다. A나라에 일어난 수해, B지역에 일어난 화산 폭발, C지역에 일어난 테러사건, D지역의 기아상태, E지역의 교통대란, F지역의 경제 발달 상황, G대학생의 사회 봉사...등등 좋고 나쁜 사회상에 대한 의견 교환이 생각을 키우는 좋은 소재가 된다. 어른들이 가지기 쉬운 그릇된 인식이 있다. 첫째, 생각하는 힘은 타고난다. 둘째, 생각하는 힘은 성장하지 않는다. 셋째, 생각하는 힘의 과소 평가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생각하는 힘이 본인의 노력과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협력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생각하는 힘이 인류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 기억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노력할 것을 바란다.

생각하는 힘이란, 창조성의 모체이고 이 세상을 새롭게 느끼고, 유익하게 만드는 활력소임을 인식할 때 그 중요함을 알게 된다. 우리 자녀들이 ‘생각하는 나무’가 되게 하려면, 우리가 맡은 일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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