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 살리기

2010-09-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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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수필가)

지난 9월 16일 오후 5시 45분경, 퀸즈 일대를 시속 100마일의 강풍이 몰아쳤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과 베이사이드는 뿌리 채 뽑혀 쓰러진 가로수들로 차량들이 파손됐고 담이 허물어졌고 골목마다 전신주가 늘어져 참담한 광경들이 을씨년스럽게 전개되었다. 우리 집 길 건너편에도 가로수가 쓰러져 이틀이 지났는데도 치우는 사람이 없다. 누런 뿌리 부분이 하늘로 향하고 있어 애처롭고 마음의 안정을 빼앗는다. 지난 3월 13일과 14일, 뉴욕과 뉴저지, 커네티컷을 시속 70, 90마일이 넘는 강풍과 폭우가 강타했었다. 수백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고, 강이 범람하여 곳곳이 잠기고 사람들이 죽었다. 1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뉴욕과 뉴저지의 열차와 지하철의 운행이 어려웠던 상황을 떠오르게 했다. 2004년 12월 26일 수마트라섬 북부해상의 지진 해일 쓰나미가 15만 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 갔을 때도 그 놀라움과 비통함이 컸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 전쟁만은 아닌 것 같다. 불경기와 겹쳐진 고난이 우리 모두의 어깨와 삶을 짓누른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자연은 2000년 마다 새 얼굴을 갖으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재앙이 오기 전에 여러 차례 사전 경고용 붉은 깃발을 흔들어 위험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다가올 자연의 재해 앞에 무력하게 엎드려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2010년 3월 2일 유엔에서 세계 여성 대표들이 모여 ‘날씨 변화’란 제목으로 포럼을 개최
했다. 차보다는 자전거를 타자. 걷도록 하자. 합승을 하거나 버스를 타자. 탄산가스를 줄여 ‘지구를 살리자’는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나는 그곳에 동참하여 많은 목소리들을 들었고, 지구 살리는 일에 힘을 쏟기로 결심했으나 실행은 잘 못한 것 같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지구인들을 위해서 연구를 하고, 지구 살리기에 열심이겠지 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 가지들이 우두둑 잘려나갔고, 뿌리들이 통째로 뽑혀 나뒹굴어진 흉몽의 실체를 보면서 저곳에 하루빨리 인공나무(artificial trees)라도 심어 탄소가 흡수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 공학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막기 위해 연구해낸 나무라 하니 그러면 될 것 같았다.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고, 우리 모두가 주인인데 나는 스스로 주인 되기를 거부하고 지구를 지켜온 생명의 나무들을 인공 나무로 바꾸자는 데에 내심 동참하고 있었다. 그런 나였으니 하늘의 걷잡을 수 없던 분노에 “하늘이시여, 제발 인명피해가 없을 만큼만 재앙을 내려 주소서”라는 기구를 했어도 들어 주지 않았던 게 당연했다 .

이제 지구를 살리자는 구호를 진심으로 내걸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게 된 사실이다. 나무를 베어 없앤 땅위에 빌딩을 짓고, 공장의 폐수가 흘러들어가고, 강줄기를 인간의 의지대로 바꾸어 놓아 하늘과 땅을 노하게 했던 과보라 한다면 과한 표현이 될까. 천지(天地)님은 앞으로 인간에게 어떤 자연 현상을 또 경험하게 하려는지 걱정이 된다. 지구의 해면을 높이고 파괴해 버릴 더 많은 곳을 탐색할 것인가. 비바람을 무섭게 몰아쳐 우리를 또 다시 불안에 몰아넣을 것인가. 오늘 일도 해결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라지만 자연의 횡포에 인간의 생명을 더 이상 바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여 인간의
미래를 좀 더 희망적이게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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