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한인들 왜 이러나

2010-09-22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연달아 한국을 칭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학생들의 학습태도, 그리고 정보통신 인프라의 성공을 거론했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한국을 좋게 평하는 것은 물론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이어지는 일련의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다면 과연 어떤 평을 할까. 그만큼 우리 눈에 비쳐지는 한국의 사회상은 너무나 오점 투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회건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분위기는 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도한 판단일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부정과 비리, 편법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온 나라가 쏠림현상으로 무슨 사건이 하나 터지면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야단법석들이다. 인기 연예인 등 정상급에 오른 인물들에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네티즌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 사실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떠들어 흠집을 내거나 심한 경우 아예 그길로 종지부를 찍게 만든다. 온 국민이 하나같이 주관도 객관도 없는 의견들로 마녀사냥을 습관처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패자들이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승자를 넘어뜨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한국인의 이런 쏠림현상을 이용해 일본인들이 돈을 많이 챙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한국인들의 습성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아주 잘 하고 있다고 한다. 피라밋 비즈니스가 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말을 입증하는 예화이다. 주체성은 어디가고 무조건 누가 사면 줄줄이 따라 사는 한국인의 심리상태를 잘 활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한국은 원칙보다는 인간관계로 모든 일이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문화가 끼리끼리 문화다.

예로부터 한국은 지금까지 계급의식이 철저히 살아있는 나라다. 양반, 서울출신, 명문대학, 사장이나 회장, ‘사’자 붙은 직업이 아니면 어디 가도 대접을 못 받는다. 1등만이 행세하고 1등만이 빛을 발하고 힘을 갖는 사회다. 철저히 승자독식 사회이다 보니 무슨 수가 나더라도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고 너나 없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모두가 혈안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경쟁의 대상이고 개인주의가 되어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욕심으로 편법이든, 허위이든 부풀리기든 가리지 않고 겁없이 하고 있다.

한국에서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정의를 강조하고 상생하는 사회에 관한 구호를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점과 폐단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부익부, 빈익부의 양극화 현상에서 갖지 못한 소외 계층의 패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것이다. 가진 자들의 사회 환원과 법과 규칙의 준수가 없이는 패자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 순식간에 뉴욕일대를 강타한 이번 허리케인에서 우리는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 견뎌내지 못하고 여지없이 뿌리채 뽑혀나간 현장을 목도했다. 아무리 교육열이 뜨거워도 제대로 된 원칙과 기본이 돼 있지 않은 나라가 과연 거세게 밀려드는 주위 열강들 속에서 무리
없이 견뎌낼 수 있을까. 한국은 자살율, 음주, 매춘, 고아수출 등의 기록이 세계에서 일등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 교육열 1순위인 나라에서 나오는 어이없는 기록이다. 요즘들어 부쩍 이곳 한인들 사이에 법과 원칙을 어긴 편법, 허위, 사기, 탈세행각들이 두드러지고 있어 한국의 잘못된 관행이 이곳까지 오
염된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뉴저지에서 검거된 43명의 대규모 신분도용 금융사기 사건은 정말 놀랍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담대한 민족인가 하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 어제 아침 보도에는 또 동업자들, 매니저들이 돈을 횡령하고 어떤 한인은 폐유를 차량까지 대놓고 호스로 빼다 경찰에 덜미를 잡혀 체포
되었다고 한다. 점점 믿기 어려운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발 한국의 나쁜 관행일랑 더 이상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