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대와의 전쟁

2010-09-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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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빈대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아 박멸된 줄로 알았다. 그러나 작년부터 갑자기 출현하여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고 뉴저지의 해충 방어 회사 엘리자베스 타이터 사장은 말한다. 개인의 집뿐만 아니라 회사 가게 등 모든 종류의 건물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럭거즈 대학 곤충학 교수 창루 왕 박사는 여행의 증가 즉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의 격증 추세를 타고 빈대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동 방법은 신발, 가방, 이삿짐, 등 모든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간들도 빈대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인 전투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때 아닌 호황을 만난 해충 제거 회사들은 작업 비용을 높이고 있다. 개인의 집은 평균 1,000달러, 회사 건물은 평균 4,000달러나 받는다. 그래도 빈대가 발견되었으면 전문 회사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미국 환경 보호국은 각자가 당장 시행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침대 이불을 자주 빨고 드라이어에 넣어 뜨겁게 밀릴 것. 가구를 버릴 때 빈대가 남에게 옮아가지 않도록 철저히 소독할 것. 배큐엄을 구석구석 꼼꼼히 하되 침대 밑, 침대 다리, 매트레스 주변을 잘 청소할 것,


빈대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吸血鬼)이기 때문에 해충 중 가장 악질에 속한다. 옛날 이, 벼룩, 빈대 때문에 인간은 밤잠을 설쳤다. 이는 머리털 속까지 잠입하고, 벼룩은 높이뛰기 선수여서 붙잡기가 힘들고, 빈대는 확대된 사진을 보면 탱크처럼 무섭게 생겼는데 침구 옆을 방어해도 이놈은 천정으로 올라가 낙하산처럼 착륙하였다. 빈대가 피를 빨기 위한 투지가 강하다면 그들과 싸우는 인간도 강한 투지로 무장하여야 한다. 풋볼 시즌이 시작되어 미국인들은 이미 흥분하고 있다. 풋볼은 투지의 경기라고 말할 수 있다. 몸을 도사리면 패배, 죽기 살기로 부딪쳐야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 몇 해 전 뉴저지에서 아기
를 안고 풋볼 중계를 보던 아빠가 아기를 너무 흔들어 죽인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 만큼 풋볼은 관람자까지도 흥분시키는데 남의 투지를 구경하며 흥분하기보다 삶에 대한 자신의 투지를 뜨겁게 불태울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멀리서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도 실제로 부딪쳐 보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일’과 ‘불가능한 일’의 차이는 불가능한 일이 약간 더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토마스 에디슨은 말했다. 그는 한 개의 발명을 위하여 2백번의 실험을 예사로 하였다고 한다. 좌절과 허탈에 침몰되면 큰일을 해낼 수 없다. 믿음을 가지고 용감하게 부딪쳐야 한다. 사람의 참 모습은 평상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통과 싸울 때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끝까지 잘 싸우는 사람은 그 투지 자체로도 이미 성공한 것이다. 프래트 경(Sir. Harry Platt)은 현대 정형수술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몹시 약한 체질로 뼈와 관절질환을 가진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교훈을 끝까지 지
켰다고 한다. 그 교훈은 “너의 상처를 별로 만들라.”(Turn your scar into a star)였다고 한다. 불황의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픔이 희망이 될 수 있다. 고통을 승화시키면 행복을 위하여 둘도 없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키위나 펭귄처럼 날지 못하는 조류가 가장 많은 곳이 뉴질랜드라고 한다. 따뜻하고 먹을 것이 풍부하여 멀리까지 날아다닐 필요가 없으므로 날개를 안
쓰다 보니 진화과정에서 차차 날개가 퇴화하여 못 날게 된 것이다.
바이올린의 음질은 목재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고급 바이올린 목재는 1만 2천 피드나 되는 록키산맥에서 생산되는 고산 수목이다. 거기에 올라가면 나무가 클 수 없고 가지들이 한 쪽으로만 뻗는다고 한다. 그만큼 바람이 억센 곳이다. 그런 모진 바람에 일 년 내내 시달린 나무가 좋은 소리를 낸다. 고통 없는 승리는 없고 환난을 거치지 않은 영광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은 인간을 만들고 행운은 괴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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