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네버 렛 미 고 (Never Let Me Go)

2010-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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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연장 의학의 몰인정과 비극적 사랑

★★★ (5개 만점)

일본계 영국 작가 카주오 이시구로의 소설이 원작인 영국 영화로 가상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인간 생명연장을 위한 의학의 몰인정하고 차가운 발전과 진료행위를 다룬 공상과학 얘기이지만 실은 관객의 애간장을 끊어놓는 비극적 러브 스토리다.

제목은 가상의 미국 여가수 주디 브리지워터가 부른 토치 송에서 따왔는데 노래 가사와 멜로디처럼 영화가 청승맞고 슬프고 운명적이며 또 한이 맺혔다. 분위기가 무지무지하게 무디하고 멜랑콜리해 그 내용과 함께 보는 사람을 춥게 만드는데 심오한 내용과 좋은 연기 그리고 음악과 촬영 등이 다 좋은데도 주인공들과 함께 가슴을 아파하고 울게 되질 않고 거리감과 공허를 느끼게 된다.

마크 로마네크 감독은 보는 사람의 눈물과 고통과 연민을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도 마치 도둑처럼 슬며시 강요하고 있어 감정이 농락당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철학적 윤리적 명제와 함께 간절한 동경과 배신 그리고 용서가 있는 사랑의 얘기여서 권할 만하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것이다.


영화는 처음에 성인이 된 캐시(캐리 멀리간)가 수술대에 누운 애인 타미(앤드루 가필드)를 창 밖에서 바라보면서 캐시의 내레이션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
1970년대 후반. 엄격한 사감 에밀리(샬롯 램플링)가 관리하는 기숙학교 헤일샴의 어린 남녀 학생들은 테스트 튜브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장기를 기증하는 목적 하에 만들어진 ‘도너’들이다. 의학이 매우 발달해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

이 교도소와도 같은 학교에서 자라는 캐시와 타미와 루스는 친한 친구. 캐시는 타미를 사랑하는데 이 둘 사이를 루스가 파고들어 타미를 캐시로부터 빼앗아 자기 애인으로 삼는다. 셋은 커서도 거의 늘 함께 있는데 캐시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사랑해온 타미를 사슴 같은 동그란 눈으로 한없이 동경한다.

헤일샴의 학생들은 이상적인 여교사 루시(샐리 호킨스)에 의해 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루시는 해고된다. 그런데 이곳의 학생들은 여러 가지 풍문과 거짓을 믿으면서 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소문은 진실로 사랑을 하는 두 남녀는 당분간 장기 기증에서 면제해 준다는 것. 셋은 성장해 다른 장기 기증자들과 함께 카티지라는 곳에 묵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목격하고 동경하면서 자기들이 누구를 모델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본다. 이 중간 과정이 아름답다.

이어 셋은 뿔뿔이 헤어지게 되고 제일 먼저 루스(키라 나이틀리)가 장기 기증을 하게 된다. 캐시는 일단 ‘케어러’가 돼 장기 기증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나 그도 역시 자기 운명을 벗어나진 못한다.

루스에 이어 타미(앤드루 가필드)가 장기 기증을 하게 되는데 뒤늦게 만난 캐시와 타미는 둘의 참 사랑을 깨닫고 어릴 때 들은 대로 장기 기증을 당분간 유예 받으려 하나 그것은 거짓이었음이 밝혀진다. 장기 기증을 다 마친 사람들은 숨을 거두고 마치 그 용도가 다 끝난 의학 실험용 사체처럼 버려진다. 앤드로이드도 사랑을 하는 리들리 스캇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만든다.


R. Fox Searchlight. 일부 지역.


장기 기증자들인 키라 나이틀리(왼쪽부터), 캐리 멀리간, 앤드루 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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