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벤투라’ (L’Avventura·1960) ★★★★½(5개 만점)
이탈리아의 명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흑백영화로 쾌락 추구와 성적 문란에 탐닉하는 여유 있는 현대인들을 비판한 도덕극이자 허무가 가득한 실존적 작품이다. 사랑과 관계의 허무를 바다와 같은 넓은 공간을 묘사해 존재의 절망감이 더욱 절실한 심오한 영화다.
매우 상징성이 깊은 영화로 에로틱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특히 이 영화로 국제적 스타가 된 백치미의 모니카 비티의 얼굴에 머뭇거리는 권태와 고독과 좌절감은 보는 사람의 가슴에 커다란 공백을 남겨놓을 만하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수상작으로 ‘밤’(La Notte)과 ‘일식’(L’Eclisse)과 함께 이른바 안토니오니의 ‘고독’3부작 중 첫 번째 영화로 이 3부작은 ‘현대인의 감정적 병폐에 관한 성명’이라고도 불린다.
부유한 안나(레아 마사리)와 클라우디아(비티)는 친구로 안나는 사업가인 산드로(가브리엘레 페르제티)의 애인이다. 본격적인 얘기는 이 세 사람과 권태에 빠진 부부 등 몇 사람이 요트를 타고 시실리 근해에서 뱃놀이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한 바위섬에 도착하는데 갑자기 안나가 실종된다. 모든 사람들이 밤새 수색하나 안나를 찾지 못한다. 안나는 자살한 것인가 아니면 실족사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인근의 밀수꾼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인가.
클라우디아와 산드로가 함께 안나를 찾는 과정에서 클라우디아에게 매력을 느낀 산드로가 그녀에게 접근한다. 클라우디아도 산드로에게 매력을 느끼나 처음에는 그의 접근을 거절하다가 결국 자신을 그에게 맡긴다.
안나에 대한 수색은 육해공으로 계속되나 행방이 묘연한데 산드로와 클라우디아는 육지로 돌아와서도 안나를 계속해 찾는다. 여기저기서 안나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막상 가보면 안나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다.
그런데 산드로는 클라우디아를 소유하고 나서도 이 여자 저 여자와 관계를 맺는다. 그에게 있어 클라우디아는 안나의 대체물이요 모든 여자는 다 똑같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둘은 강하게 서로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클라우디아는 사랑과 죄의식에 시달린다. 마지막 두 사람의 눈물이 사랑의 정체를 못 찾아 안타까워하는 현대인의 가슴을 잘 묘사해준다.
촬영이 뛰어난 영화로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데 플롯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실존적 명제를 다루고 있어 보기에 쉬운 영화는 아니나 한번 도전해볼만하다.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모험’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