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말 뭐 볼까 OTT] “입양한 7세 여아, 알고보니 성인”…진실·다면성·편견을 묻다

2025-09-19 (금) 12:00:00 하은선 기자
크게 작게

▶ 훌루 8부작 시리즈 ‘굿 아메리칸 패밀리’

▶ 나탈리아 그레이스 입양 사건 다룬 실화

[주말 뭐 볼까 OTT] “입양한 7세 여아, 알고보니 성인”…진실·다면성·편견을 묻다

‘굿 아메리칸 패밀리’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던 크리스틴(앨렌 폼페오)이 나탈리아(이모젠 페이스 리드)를 위한 입양 환영파티를 열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훌루 제공]

‘그레이스 아나토미’로 21시즌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해온 엘런 폼페오의 복귀작 ‘굿 아메리칸 패밀리’(Good American Family)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다. 지난 3월 공개된 이 작품은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나탈리아 그레이스 입양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훌루(Hulu) 시리즈다. 2003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나탈리아 그레이스가 2010년 미국의 바넷 부부에게 입양된 후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다. 부부는 나탈리아가 실제로는 성인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나이를 1989년생으로 변경하고, 아파트에 혼자 방치한 채 캐나다로 이주해 아동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법정 공방과 뒤바뀐 판결로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는 총 8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각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재조명한다. 초반부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던 크리스틴의 시선으로, 중반부는 나탈리아를 무조건적으로 보듬던 마이클의 관점으로, 후반부는 버려진 나탈리아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구조는 시청자로 하여금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게 만든다.

제작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리바 만델바움이 이끄는 연구팀은 법정 문서, 증언록, 페이스북 메시지, 의료 기록 등 수천 페이지의 자료를 분석했다. 로빈스는 “한 기사를 읽으면 이것이 진실인 것 같고, 다른 기사를 읽으면 또 다른 것이 진실인 것 같았다”며 “이런 경험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엘렌 폼페오는 “이 작품은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모두 같은 것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의 창작자 케이티 로빈스와 공동 쇼러너 사라 서덜랜드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명작 ‘라쇼몽’에서 영감을 받았다. 로빈스는 “처음에는 크리스틴과 마이클 바넷 부부의 관점에서 시작해,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다른 시각들을 보여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작진은 각 등장인물의 관점을 시각적으로도 차별화했다. 에피소드 초반부는 더 밝고 포화도 높은 색감으로 바넷 부부가 바라본 ‘구원자’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색조와 조명이 변화하며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나탈리아 역을 맡은 이모젠 페이스 리드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자 첫 대사가 있는 역할이다. 그는 “400번이 넘는 오디션 테이프를 찍었고, 언니가 도와줬다”며 캐스팅 과정을 회상했다. 흥미롭게도 리드는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열혈 팬이었지만, 촬영 내내 폼페오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고 고백했다. “이상하게 보일까 봐 말하지 못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폼페오는 “그녀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고, 첫 작품에서 이런 멘토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평소 작가이자 감독으로 활동하는 마크 듀플라스는 이번 작품에서 마이클 바넷 역을 맡아 순수하게 배우로만 참여했다. 그는 “글쓰기와 연출은 자식을 기르는 것처럼 보람되지만 지치는 일이다. 반면 연기는 오레오를 들고 와서 아이들과 놀다가 떠나는 삼촌 같은 역할”이라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듀플라스는 마이클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영웅 콤플렉스’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고통받는 사람을 도우려는 선의가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했다”며 “도움을 주었는데 기대한 만큼의 고마움을 받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폼페오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과로 포용성을 꼽았다. “할리우드에서 포용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특히 바넷 가족의 아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실제로 신경다양성을 가진 배우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상은 다양한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예술가로서 이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굿 아메리칸 패밀리’는 단순히 센세이셔널한 실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진실의 다면성과 인간의 편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제작진은 “나탈리아의 이야기를 정당하게 다루면서도, 이 특수한 사건이 사회 전반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폼페오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따뜻함과 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하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