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료미술과 어린이 창의력과 표현력

2010-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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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진(화가/뉴욕미술협회 총무)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식보다 소중하다. 이는 필자의 20년간 화가로서 살아온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견해이다. 미술이라는 예술분야는 시각적인 면을 통해 보는 관객들에게 느낌과 작가 본인의 의도를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사진처럼 표현하는 그림들은 처음에는 보기가 좋을지 몰라도 자꾸 보면 어느 정도 식상할 때가 있다. 나는 먼저 관념을 깨는 작업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예를 들자면, 바다에는 고기들만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작가가 그 관념을 무너뜨리고, 바다에서 신나게 남자호랑이와 여자 호랑이가 춤을 추는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다. 그밖에도,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을 여러 형태로 상상해서 그려보면 일상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또 4차원적인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 같은 거장들 또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일정부분들을 밖으로 끄집어내 관객들이 볼 수 있는 화면으로 표현함으로써, 거장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20여년간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보니 아이들의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다. 그래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수업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생각은 떠올렸지만 언어의 구사력이 부족해 적당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할 때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면 아이들에게서 미처 생각지 못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그리는 도중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탄을 하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책이 있듯이 아이들은 칭찬이 바로 보약인 것 같다. 그리고 “설명은 평소와 다르게 간단하게
하고 그림에 더 열중하라”고 하면서 또한 “그림은 못 그려도 되니까 부담을 갖지 말고 마음대로 그려라”는 말도 꼭 잊지 않고 해준다. 이러한 수업에서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난 후 친구들에게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발표하게 하는데, 이런 방식은 발표 연습으로도 아주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절로 표현력이 발달되면서 창의력이 생기고 집중력도 좋아지고 발표도 신나게 하게 되어 발표력은 물론, 언어의 구사능력이 발달되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동기가 된다.

이처럼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책상앞에 앉아서 지식을 습득하는 일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4년전 괌에 살면서 그렸던 한 작품은 나의 아픈 상처가 치료되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괌으로 가기 전 한국에 살 때 내안에는 조그마한 상처들이 모여 점
점 커져서 시커먼 덩어리가 되어 자주 체하고 그러다보니 늘 아팠다. 그러나 아름다운 괌섬에 살면서 그것이 치료가 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이처럼 자기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이 되면서 아픔도 치료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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