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2010-09-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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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기자)

2008년 4월 여름 맨하탄 네일 업소 앞에서의 시위를 취재나간 적이 있다.
찌는 햇볕에도 노동환경 개선과 체불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업소 밖의 풍경과 개의치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매장내의 풍경이 대조적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중국 노동자연맹, 미국 노동착취 반대운동 등 단체들이 나서서 주도한 그날의 낯선 풍경들은 이후 시위대의 줄을 잇는 취재요청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업주들의 전화로 어느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마음 고생으로 속이 까맣게 탄 한인 업주들은 하나같이 노동국에 납부해야하는 벌금과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점을 앞두고 있었다. 실제로 노동 착취로 고통을 받는 직원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일한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법 위반으로 인한 고용주와 직원간의 갈등이 이슈가 되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등장했고 업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경우 역시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한 업주는 “기록도 꼼꼼히 하고 나름대로 법규를 지켜가며 온갖 노력을 하지만 직원이 어느 날 돌변해 소송을 해오면 업주로서는 사실 이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업주들이 준비를 철저히 하고 법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 외에도 노동법 악용의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평소에 보여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네일 업주들에게는 요즘같이 힘든 시기가 있었나 싶다. 불경기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타인종 업소들과의 경쟁에, 점점 강화되는 노동국의 단속까지 업주로서는 사실상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경쟁이 어느 업종보다 치열한데다, 노동법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중국인 업주들의 저가 공세, 더 나아가 베트남인들까지 업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인들이 저렴한 가격과 한인 못지 않은 기술을 내세워 서서히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LA의 현실을 마냥 남의 나라 얘기로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는 10월3일 코리아 빌리지 대동연회장에서 열리는 뉴욕한인네일협회 주최 2010 가을 네일&스파쇼가 열린다. 협회 측은 이번 행사에서 노동법규 세미나에 특히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주 노동국 검사원이 나와 단속 실태와 준비 요령을 직접 알릴 예정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불경기에도 여전히 매출을 올려주는 유행 아이템과 고급 기술은 존재한다.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네일 업주들이 이번 네일쇼에 많이 참여해 업소 운영에 도움이 되는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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