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과 일본에 끼인 한국

2010-09-16 (목)
크게 작게
윤영미(평택대학교 교수)

21세기에도 여전히 미국은 세계의 절대적인 패권 국가이다. 이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워싱턴 DC는 미국만이 아니고 세계를 움직이는 심장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 일류국가 1위부터 43위까지의 국가수반들이 미국대통령의 호출에 단 1시간의 오차도 없이 워싱턴에 집결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세계기업의 전설인 토요타가 워싱턴의 짜증에 휘청거리는 꼴을 봐도 역시 미국은 초강국임이 확실하다. 21세기 역시,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지나온 100년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의 관계에서 국제사회의 위치경쟁을 벌려나갈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알린 9.11테러에 대한 세계국가들의 반응이 그랬고 미국의 흑인대통령에 대해서 오히려 국제사회가 더 열광하는 것이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점점 더 “지배전략의 안정화”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워싱턴 권력의 초점이 중동과 극동에 쏠려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에 반대하고 대항하는 그리고 미국과 경쟁하고 견제하는 집단과 국가들을 가장 발달된 정보력으로 감시한다. 미국에 대항하고 반대하는 집단(국가와 세력)들이 연대하고 결집하는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동한다.


중동지역내 아랍권이 반미전선으로 결집되어가는 경향을 제어하고 항미 테러집단을 분쇄하는 것이 대 중동 미국의 외교정책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증대되는 일본의 탈미 욕구를 억눌러야 하고 아시아의 국가들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욕을 분쇄해야 하는 거의 곡예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이 반공개적으로 아랍권의 반미세력들과 내부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 서 있다. 동북아시아의 안정이 현실적으로는 미국에도 중국에도 이익이지만 지배영역을 확대하려는 경쟁이 언제 가시적으로 표출될지 그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의 적절한 타협과 협상으로 상호이해를 맞추어가는 것이 총체적인 대중국 전략이다. 중국과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질서에 관해서 당분간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하고 타협할 것에 합의를 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베이징을 찾아온 김정일 위원장에게 6자회담을 언급했고 천안함 침몰사건의 와중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 안에 가두어 두고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했고 중국은 6자회담이란 틀 덕분에 무사히 상하이 올림픽을 치루었다. 시도때도 없이 6자회담의 툴을 뛰쳐나가서 미
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의 처지를 국가간 외교 전략의 구도에서라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지난 3월26일 서해안에서 한국해군의 천안함이 침몰했다. 200만 이상의 한국계 미국인들을 의식한 미국의 정치인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동맹국의 입장을 확인시킨 일이다. 미국의 전격적인 지지표명에 한국(민)이 과하게 기대를 했다. 한국정부도 입장과 조치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의 언론은 오히려 한발 더 나갔다. 베이징을 방문한 길에 4시간동안 잠시 서울에
들른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마치 천안함침몰사건 때문에 일부러 서울을 방문한 것처럼 보도했다. 북한을 응징하는 한국정부의 조치에 마치 미국이 전적으로 따른다고 한것처럼 그렇게 부풀린 것이다.

동맹국으로서 공동 입장을 취하지만 행동(조치: Action)는 자국의 전략과 이익에 따라서 한다는 국제관계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더구나 미주동포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의식해서 강력한 지지입장을 천명한 정치인들과 미국정부의 외교 전략과는 구분해서 봤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 중국.대 일본 현안은 천안함이 제 일 순위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끼인 분단된 한
국의 처지를 냉정하고 냉혹하게 직시해야 할 일이다. 40여 년 전, 하루아침에 대만을 버리고 중국의 모택동을 선택한 미국의 돌변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