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종교분열은 화합의 적

2010-09-15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우리는 지난 2001년도 9.11에 발생한 미 사상 초유의 끔찍한 테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종교를 빙자한 극단주의 알 케에다 테러집단에 의해서 벌어진 이 사태는 3000여명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세계 심장부인 뉴욕의 월 트레이드 센터를 잿더미로 만들어 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이 아직도 전 미국인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요즘 그라운드 제로 옆의 모스크 건립과 테리 존스목사의 코란 성경 소각계획을 계기로 반 이슬람운동이 소리없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9.11테러는 알 카에다 테러집단에 의해서 자행된 것일 뿐, 무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모든 미국인들은 종교를 초월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맞는 말이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라는 건국이념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는 나라이다. 다시 말하면 종교문제로 미국내에서 서로 분열되고 서로 증오하며 공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는 하나(we are the one)’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미국의 외교상황이나 악화된 경제상황에서 볼 때 내부에서 인종문제,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서로
삿대질하거나 미워하면서 갈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 그리고 수많은 종교가 어우러져 각가지 색깔과 모
양, 맛들이 혼합된 샐러드 보울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어 화합과 단결을 꾀하며 굴러가는 나라이다. 서로가 지닌 특색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함께 공존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우리는 이 구성체의 한 일원이고 한인사회 또한 그 수많은 구성체중의 한 집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교를 이유로 다른 인종을 차별의 눈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종교를 빌미로 심지어는 우리 민족 사이에서 서로 배타하고 미워하고 질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
180개가 넘는 수많은 인종을 껴안고 가는 미국의 큰 통치이념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이 원대한 뜻을 가지고 다스려지고 있는 미국에서 배워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한인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어떤 종교이건 간에 무조건 내 종교만 옳고 다른 종교는 모두 이단이고 사이비라는 이름으로 백안시하는 오만과 독선, 편견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어느 한인목사가 ‘한국의 8.15해방은 하나님이 해주신 결과’라고 한 이론이나 ‘추석절은 성서의 초막절에서 나온 것’이라고 내놓는 이론은 자기주장이라고 보기에는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모든 것을 내가 가진 종교 논리에 맞춰 해석하고 꿰맞추려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자기중심적이요, 비합리적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믿는 종교만 맞는 종교이고 타인이 믿는 종교는 그릇된 종교라고 재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이유다. 종교는 나름대로 내가 해석하는 기준과 관점에 따라 내가 믿는 종교도 옳지만 타인이 보고 선택한 다른 종교도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는 옳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주는 신이 만들지 않았다” 라는 논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주장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기 입장에서 본 판단과 이론이 남의 것과 같지 않다고 옳지 않다고 단정짓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까. 종교를 앞세운 분열과 대결은 화합과 단결의 가장 큰 적이요, 알카에다 테러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종교는 궁극적인 목표가 선(善), 즉 사랑과 자비, 용서와 화해다. 이 기본에 위배되지 않는 한, 타인의 종교를 폄하하거나 나의 잣대와 기준에서 재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대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은 기독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하지만 만인에게 종교의 자유를 누리도록 허용하지 않았는가. 종교로 인한 미움과 적대감은 증오심을 유발시켜 극단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