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북미외교의 전망

2010-09-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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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 (커네티컷 주립대 명예교수/정치학박사)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의 초청을 받고 지난 8월 25일 평양에 도착했다. 카터 대통령은 왜 북한에 들어갔었을까?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이 북한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시민권자이며 미국대통령 출마까지 하였던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를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는 것이 명분이다. 곰즈씨는 왜 북한에 들어갔으며, 무엇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로한 카터 대통령이 평양에까지 들어갔는데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으로 달려가서 후진다오 주석을 만났기 때문에 카터-김정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서 후진다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북한의 지도자는 중국의 정상과 회담하는 것이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카터대통령의 방북을 교섭한 한국인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터대통령의 북한방문을 교섭한 한국인이 상황판단을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재미 한국인이 접촉하고 있는 북한의 관료는 고위층 간부 즉 김정일 위원장을 수행하는 간부가 아니고 하위층의 외교관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꼭 만날 수 있다고 오판을 하고 카터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나 수행원을 설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카터센터와 북한측과의 연락을 담당한 한국인은 북한의 접촉선을 너무 신뢰했기 때문에 상황판단이 흐렸을 가능
성도 있는 것이다. 이번 일로 카터 전 대통령의 위상도 많이 손상되었다는 언론의 평가도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길에는 카터의 아들인 제프리 카터, 카터센터 최고경영자(CEO)인 존 하드먼 박사, 카터센터 이사회의 전 위장인 존 무어, 실무직원 낸시 코니스마크가 동행한 것으로 가터 센터가 발표했다. 수행원은 카터-김정일 회담이 가능하다는 한인중개자의 말을 믿고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동행한 것이다. 그러나 김-카터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카터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는지 귀국한 후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많은 수치를 당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와같은 과오를 범한 것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북한과 교섭한 한국인의 반성이 촉구되고 있다. 왜 그와 같은 일이 생겼을까 한번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면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했을 것이고 또 북미간의 국교정상화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도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업적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북통일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몰라도 카터-김정일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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