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년과 역사

2010-09-08 (수)
크게 작게
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수필가)

역사상 2010년에 맞이하는 주년(Anniversary)이 다양하다. 먼저 일본이 우리 나라를 강제로 합병한 것이 꼭 100주년이다. 이씨조선은 1392년에 이씨(이성계 태조)가 건국하였지만 역시 이씨가 망쳤다. 당시 일본에서 육군대장인 데라우치 마사다게가 제3대통령감으로 내한 중 1910년 8월22일에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함께 소위 ‘일한합병에 관한 조약’에 조인하여 순종을 마지막으로 나라를 잃었다. 이 조약은 1주일후인 8월29일 선포 발효되었다. 이 날이 국치일이다. 초대총독으로 임명된 데라우치는 곧 무단정치(武斷政治)를 시행하였다. 경찰과 헌병을 동원한 잔인한 식민지정책이다.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이 토지조사였다. 각종 원료는 우리 나라에서 수탈, 대신에 일본제품은 비싼 값으로 팔았다. 중상주의 제도이다. 이어서 한민족 말살정책을 시행했다. 우리 고유의 이름까지 일본식 ‘창씨개명’을 따라야 했었다. 일본사 상용으로 어쩌다가 우리말을 했을 때 일본선생을 가차없이 학생들을 때렸다. 필자도 많이 맞았다. 지금도 75세 이상은 곱셈이나 숫자를 셀 때 일본말로 할만큼 세뇌가 되었었다. 신사참배, 각종 보국대의 노동 그리고 교회에서 하나님과 예수그리스도를 찬양하는 찬송가 가사는 모두 먹으로 지운 것을 사용했었다. 일본천황이 신이며 ‘신성불가침’이라는 이유였다. 무궁화는 모두 뽑았고 대신 벚꽃을 방방곡곡에 심었다. 자주와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했다.


진주만을 기습한 1941년 12월8일(미국은 7일) 현재로 일본 소유의 제반 물자는 미국에 비해서 불과 72.8대1 이라는 보잘것없는 실정이었다. 4년후 일본의 항복으로 해방을 맞이한 8.15는 만 65년이다. 하지만 38선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5년 후에 이북이 남침한 6.25도 60주년이다. 남한은 민주주의제도를 수립하였다. 시선을 국외로 돌린다면 금년은 세계적 악성 베토벤이 탄생한
지 만 240주년이다. 지금도 그의 천재적 작곡은 온 인류가 즐기고 있다. 전자제품의 발전으로 CD, DVD등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오래 전 비엔나를 방문했을 때, 안내원이 ‘비엔나의 숲’을 지나면서 베토벤이 자주 이 숲에 와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공해가 없고 풍부한 산소와 함께 태고 적부터 간직된 불후의 선율을 찾아 명곡을 창출한 공
헌은 잊을 수 없다. 동시에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탄생한 지도 만 170년이 되었다. 그의 수많은 작곡 중 평상시나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등의 명곡과 함께 발레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두루 즐겁게 해준다.

불우한 인도의 빈민들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1979년에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마더 테레사 수녀가 탄생 100주년, 그리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창시한지도 어언 만 75년이 되었다. 폴란드의 노동운동 ‘솔리다리치’를 브라윈스키가 이끈지도 30주년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대폭풍우 카트리나가 미 남부의 뉴올린스를 강타한 지도 만 5년이 되었다. 이 허리케인은 81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손실과 1,500명의 희생은 역사상 다섯 번째의 최다인명피해였다.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BP의 원유유출로 설상가상의 고초를 겪고 있다. 금년은 미국헌법에 따라 매 10년마다 연대가 zero로 끝나는 해에 시행하는 인구조사도 있었다. 이처럼 2010년은 다채로운 역사적 기념일이 많은 해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