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속의 한국인 1세

2010-09-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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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뉴저지 주 티넥에 위치한 홀리네임 병원의 한국인 프로그램을 레코드 지는 특집기사로 다루었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의료진을 둠으로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인 환자 2만2000명을 진료할 수 있었다. 뉴저지 병원들이 대체적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비하여 홀리네임 병원은 한국인 환자 때문에 어려움 없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사실 영어를 잘 한다고 해도 자신의 병 증세를 정확하게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1세는 쉽지 않다. 홀리네임 한국 프로그램 팀에는 통역사가 상주하여 의료진과의 소통을 돕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도 극복하고 있다. 출산 전후에 뜨거운 미역국을 끓여준다. 임산부에도 얼음 물을 주는 미국 병원과는 달리 따뜻한 물을 준다. 미국인 의료진은 환자의 이름을 손에 잡히는 대로 빨간색 볼펜으로도 쓰지만 한국 전통에 이름을 빨강으로 쓰는 것이 금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반드시 파랑이나 검은 색으로 이름을 적는다. 지역사회 한국인을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 홀리네임 한국 팀이 하는 일은 많다.


필자가 70년대 초 미국에 왔을 때 미 동북부 전체에 한인교회는 일곱 개 뿐이었다. 지금은 뉴욕과 뉴저지에만 673교회이고(크리스천 투데이) 미 전국적으로는 4,075개 교회이다. 교회가 너무 많이 선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초창기 한인교회의 활동을 안다면 그런 말은 못한다. 새 이민을 위한 주거지 안내, 학교와 직장 알선, 통역과 서류 작성 등 그 당시 교회가 한 봉사는 셀 수 없이 다양하였다.

미국 속의 한국인은 어쩔 수 없이 복합문화 속에 산다. 1세는 전통적인 가족주의가 지배적이고 1.5세나 2세는 미국의 개인주의를 배우며 거기에 젖어있다. 가족주의는 가정뿐이 아니라 한인교회와 한인회사의 운영체제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전혀 다르며 개인 존중, 자유, 자유경쟁 등 발전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가족주의와의 융합에 있어서 많이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미국 속의 한국인이 직면하는 복합문화에는 의식주의(Ritualism)와 실용주의(Pragmatism)의 충돌도 있다. 한국인의 전통은 의(儀, Rite)와 예(禮, Courtesy)를 따르는 행동규범이다. 의식주의의 부정적인 면은 체면, 눈치, 격식에 매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실용주의는 스피디하고 방법보다 성취에 목적을 둔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높임말, 낮춤말, 예사말 등의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 대화할 때 어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한국의 예로는 버릇없는 짓이고, 미국인은 “내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구나.” 하고 호감을 가진다.

복합문화에는 감정주의(Emotionalism) 혹은 심미(審美)주의와 이성주의(Rationalism)의 차이도 있다. 한국인은 풍부한 감정을 지닌다.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사는 정서가 한국인의 특색이다. 미국의 이성주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경쟁하며 이기려고 한다. 그것을 미국인은 성공이라고 부른다. 한국인의 감정주의는 두 가지로 행동에 나타난다. 정(情)과 흥(興)이
다. 인간관계는 정으로 맺어지며 흥이 나야 행동한다. 한국 기독교가 불과 100여 년 만에 세계 초유의 비약적 발전을 한 것도 부흥회를 통하여 한국인의 뿌리인 감정주의와 접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속에 사는 한국인의 역사적 과제는 가족주의와 개인주의, 의식주의와 실용주의, 감정주의와 이성주의를 어떻게 가정과 사회에서 유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인 1세와 2세를 망라하고 학계와 종교계와 문화계와 사회가 다 함께 연구하여 바람직한 ‘korean-American상(相)’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복합민족 복합문화의 융화를 위하여 미국이 과거에 사용해 온 멜
팅 팟(Melting pot)은 효율적이 아니다. 샐러드 보울(Salad bowl) 방법이 적절하다. 샐러드는 여러 가지 모양과 색채와 맛을 가진 채소가 모여 각자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전체로서 더 높은 차원의 맛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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