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교회와 세대 교체

2010-09-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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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용 (전 언론인)

교계는 최근 한국뿐 아니라 미국 내 한인 교회들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이에 맞물린 것이 담임 목사들의 세대 교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뉴욕/뉴저지 한인 교계는 담임목사들의 세대교체를 맞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형식에 익숙한 교인들이 1.5세 목회자들의 새로운 목회와 갈등을 빚고 있어 1.5세 목회자들이 떠밀리듯 사퇴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정훈 목사는 2005년 팰리세이드 장로교회에 부임해 전 세계적 추세인 셀(cell)로 전환해 정착시키던 중 전통적인 구역 방식을 선호했던 장로들에 의해 셀 목회방식이 거부되면서 5년 만에 중도 하차했다. 고성삼 목사도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1.5세로서 새로 부임한 퀸즈한인교회에 장로 임기제, 주보의 교인명의 헌금 기록 삭제, 예배당의 분위기를 새롭게하는 등 개혁적인 마인드로 출발했으나 이런 변화에 반발한 이른바 ‘퀸사모’라는 일부 교인들의 반발로 3년 만에 교회를 떠났다.


뉴욕장로교회 역시 1.5세 안민성 목사가 3년 전에 94.7%의 지지율로 담임 목사가 돼 소그룹 운영, 매우 보수적인 교회에서 성령의 바람 추구, 예배시 복음송 접목 등 개혁적인 마인드로 목회활동을 하던 중 대다수 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예배 형식에 불만을 표출한 일부 은퇴 장로들과 시무장로들로부터 말씀만 강조하는 교리를 위배했다는 발발로 결국 사퇴서를 냈다.

이런 교회들의 어려움은 모두 서로 독특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통점중 하나는 기존에 가졌던 예배 형식과 기존의 틀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에 기존 교인들, 특히 예전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일부 교인들의 반발로 1.5세 목회자들이 중도 하차했거나 어려움을 겪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 있는 많은 이민교회들은 미국의 새로운 문화를 직접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국을 통해 역수입하고 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교인들이 자기가 이민 왔던 시기의 교회생활을 그대로 답습하는 편이다. 특히 오랫동안 교회 기존 형식에 익숙해진 교인들은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속성이 강하다. 전통만을 강조하다 보니 새로운 변화에 대해 불편해 하고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에 대한 훼손을 우려한 반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구세대라고 새로운 변화를 모두 가로 막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교계의 모델이 되고 있는 온누리 교회(담임 하용조 목사)는 2010년 표어를 ‘말씀과 성령’으로 내세우며 대예배시 성가대원들과 찬양팀을 강단 앞에 함께 세우고, 은혜로운 가스펠로 예배를 진행하고, 동영상을 활용하는 등 열린 예배를 선도하고 있다.

뉴욕한인교회들의 맏형 격인 프라미스/순복음뉴욕교회(담임 김남수 목사)도 각종 예배에 다른 교단의 목사님들을 과감하게 초빙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차세대와 국제적인 전도사역에 과감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변화하는 시대에는 교회도 예전의 방식과 편안함만을 고집할 수 없다. 물론 우리는 땀과 눈물로 교회를 세운 이민 1세들의 노고와 수고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동
시에 기존의 형식에 익숙해 있는 교인들은 비본질적인 것을 개혁하려는 젊은 세대들의 열린 자세를 수용하고 미래를 향하는 목회 비전과 활동에 적극 협력해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려는 이들 젊은 목회자들에게 사랑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앞으로 한인 교회들이 나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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