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품격있는 삶

2010-09-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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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가/수필가)

불과 4,5년 전 만 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웰빙(well being)이란 단어가 지금은 의.식.주, 건강 모든 분야에 걸쳐 깊숙이 생활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요즈음 한국에서의 웰빙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여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친 환경적인 삶을 주창하여 ‘Living Green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아스트라 제네카’라는 종이컵 사용 줄이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품격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명품 아파트에서 호화롭고 여유있는 환경을 꾸며야 한다며 GS건설 자이(XI = Extra Intelligent)를 설계하고 선전하고 있다. 또한 미국 미시간 대학을 거쳐 서울 과학 종합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은수씨는 역시 풍요롭고 조화로우며 품격있는 삶을 위해 글로벌 명품도시의 비전을 컨설팅하고 있다. 말하자면 ‘품격있는 삶’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미국에 와서 25년 동안 살면서 감사한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실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몇 가지만 꼽으라면 미국의 나무, 물, 쓰레기, 김 등을 들 수 있다.내가 사는 집은 나무로 둘러 싸여 있고, 거리에나 교회가는 길에도 가로수들이 쭉쭉 뻗어 있어 우리에게 해로운 탄산가스를 들어마시고 산소를 뿜어내어 공기를 맑게 해주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을 늘 감사하고 있다. 다음은 물이 부족하여 세계 어디에서인가는 흙탕물도 감지덕지 먹어야 하는 곳도 있다지만, 미국은 ‘물’이 풍부하여 내가 늘 하고 있는 설거지를 흐르는 물로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또, 우리가 비록 분리수거를 잘 못하더라도 정해진 날짜에 정확하게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좀 우스운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김을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마트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맹자는 품격 있는 삶을 위한 마음으로 측은지심(남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수오지심(세상살이 하며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을 들었고,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 속에 역사할 때 소금과 빛이 되는 삶을 살게 되며 선한 행실이 드러난다고 하셨으며, 최근 불교계에서는 청빈의 도와 맑고 항기로운 삶을 실현하고 타계한 법정스님을 찬미하는 소리가 높다. 그가 주장한 무소유, 그 무소유마저도 소유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품격있는 삶을 위해 지나치게 풍요롭고 화려한 환경이나, 성인들이 말하는 거창한 말씀들을 꼭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할지라도, 내 주위에서 간단하고 쉽게 행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하나 실행해 나가는 것, 그것이 품격있는 삶과 직결되는 일일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플러그는 늘 빼어놓는 습관을 들인다거나, 매일 돌리는 세탁기를 적당량의 세탁물에 세제도 적당량을 풀어서 돌리는 일, 함부로 쓰는 네프킨이나 페이퍼타올을 좀 더 아껴 쓰는 일, 일회용 컵과 접시를 포함한 각종 용기들도 가능한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사용하더라도 2,3회 또는 그 이상 사용하는 삶,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 주방용품을 포함한 모든 생활용품을 적게 사고, 간소하게 사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즉 안분지족과 절제하는 마음을 가지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려야 하며 나아가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품격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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