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서

2010-09-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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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시인)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사는 데에는 두 형태로 나뉘는데 대충 머리로 사는 사람과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 한 세상을 머리로 사는 사람을 보면 분주하다. 머리를 써가며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사회에서 이름을 날리는 저명인사도 되어야 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해타산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손해 보는 관계는 반가워하지 않는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보면 만사가 여유롭다. 받기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비판하기 보다는 칭찬하고 위로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있으면서도 내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남들이 잘 보이는 사람, 어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는 시대감각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두고 좀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작은 시루에 콩나물 끼어 있듯 좁은 무대에 여러 사람이 앉아 여러 음을 겹쳐서 화음을 만들어 내는 서양음악의 심포니와 비슷한 사람이 머리로 사는 사람들이고, 단음으로서의 철학적 단순함을 고귀하게 여기며,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며 인생의 값어치는 무엇이가를 생각하면서 “지심귀명례”를 장중하게 반복하며 넓게 사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삶이란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로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같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아지랑이 표지에는 어디로 가야 된다는 방향표시가 없듯이 삶이란 아지랑이를 닮아서 혼돈과 동행하는 어려운 일정임을 누구나 다 안다. 삶이란 산을 넘으려는 산길과 같다. 내려가는 것이 힘이 덜 들어 좋겠다고 지혜롭게 스스로 깊은 골을 파 놓고도 하늘이 얼마나 높고 뭔지도 모르면서 미련하게 하늘을 향해 숨차게 뻗은 산길, 산길도 산을 오르다보면 산길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알고 오르던 고갯길을 꺾어 내려가면서 산길은 두 번 다시 갈 길이 못된다고 투덜거린다. 머리로 사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힘든 길은 가기를 싫어한다.


머리로 사는 사람은 항상 긴장을 하며 살고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여유롭게 처신한다. 머리로 사는 사람은 의협심을 가장한 권위를 좋아하고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치장을 내려놓고 친절을 베풀기를 좋아한다. 머리로 사는 사람은 결과를 놓고 따지기를 좋아하지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위로하기를 좋아한다.머리로 사는 사람은 현실에 매달려 살지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꿈을 꾸며 산다. 머리로 사는 사람은 내 것으로 만드는데 소유욕으로 혼신의 힘을 다 쏟지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마음마저 조각을 내서 나누어주기를 좋아한다. 하고자 하던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머리로 사는 사람은 후회를 하지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다시 희망을 품는다.

이제 가을이 곧 온다. 가을 하늘을 나르며 먼 길, 아주 먼 길을 가는 기러기의 눈을 보면 찾아가는 눈빛뿐이다. 찾아가며 부딪치는 모진 바람에 눈물이 고이도록 아리게 젖는 기러기의 눈, 그래도 기러기의 눈에는 목적지를 찾아가야 한다는 조급한 그리움의 빛과 먼 길을 나르는 힘든 노동에서의 여윈 눈 빛, 그 외의 다른 빛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우리도 어딘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하여 쉬지 않고 가고 있다. 어디로 가라는 방향화살표가
없는 목적지, 차디찬 머리로 가야 할까? 아니면 따스한 마음을 품고 가야 할까? 이 가을에 생각 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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