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놀이는 아빠의 사랑

2010-08-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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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 아빠 엄마의 사랑과 관계 형성을 보면 아이에게도 어떻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아이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표현하려면 아빠도 알아두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첫째, 식사를 자주하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주 만나고 싶어하는데, 식사시간에 맞춰 약속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도 마찬가지이다. 먹는 것을 통해 서로 가까워진다.

둘째, 신체접촉을 많이 하고 싶어한다. 처음 만나면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길을 걸을 때 손을 잡고 걷거나 손을 상대방의 허리 또는 어깨에 걸치고 걷는다. 남녀 두 사람이 걷는 모습만 봐도 단순히 친구사이인지 연인사이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사랑이 깊어질 수록 신체접촉에 대한 갈망이 더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셋째, 전화통화를 자주 오래하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나고 헤어지면 금방 전화를 건다. 헤어지고 나서 30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묻고 사랑의 대화를 나눈다. 하루만 만나지 못해도 안달이 난다. 아무리 사소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둘 사이에는 모든 것이 흥미롭기만 하다. 평소 같으면 할 수도 없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술술 잘 풀어놓는다.

넷째, 청유형의 언어를 사용한다. 어떤 관계이든 명령형 언어를 사용하면 관계가 깨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사소한 문제부터 특별한 문제까지 일방적으로 먼저 결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다. 서로 맞추어가고 배려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배려는 둘 사이의 의사소통에도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다섯째, 대화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시시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어준다. 그리고 때론 맞장구를 치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즐겁고 재미있게 된다. 밤늦도록 이야기를 한 후, 다음 날 만나면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랑과 대화는 정비례 관계이어서 사랑이 깊을수록 대화도 많다.

여섯째, 서로의 말을 잘 들어 준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연인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원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고,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시늉까지 한다. 그러한 헌신적인 행동이 믿음을 낳고 그런 믿음이 결혼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아무리 불가능한 것이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때문일 것이다.

일곱째, 보디랭귀지와 같은 신체언어를 사용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 표정이나 손짓, 몸짓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보디 랭귀지를 사용한다.

아빠, 엄마가 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라면 사랑의 놀이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놀이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대화가 단절되고, 식사는 겨우 주말이나 한 두번 하고, 아이와 전화 통화마저 사무적으로 변화고 말았다.

사랑은 놀이이고 놀이는 곧 인성이다. 더구나 그 다양한 인성이 열 살 이전에 형성된다는 사실에 아빠들은 주목을 해야 한다.

조충일(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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