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 맞는 여자

2010-08-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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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얼마 전 학생들과 물의 순환에 관한 수업을 했다. 물은 태양으로 인해 수증기로 변해 구름이 되고, 구름을 둘러싼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면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우박이 되고 한다. 이 순환과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매 맞는 여자’의 현상도 이러한 물의 순환과 비슷한 것 같다.매 맞는 여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라서 매 맞는 여자가 된다고 한다. 때
리는 남자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라서 때리는 남편으로 자란다고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걸쳐 지속된다.

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은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때리는지? 통계에 따르면 90% 이상의 여성 살해사건은 남편, 남자 친구, 연인에게서 구타나 폭력을 당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통계결과가 나올까?매 맞는 여성(여성에게 매 맞는 남성도 물론 많이 있다) 현상은 절대적으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지고 풀어 나가야 할 사회전체의 문제이다.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얼굴 팔리는’ 일은 절대로 남에게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폭력의 많은 피해자들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부끄러워 하면서 죽어가고 있다.


최근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뉴저지 해캔섹에 있는 Bergen Family Services 소재 ‘Shelter Our Sisters(S.O.S)’는 매 맞는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도와주는 사회복지 재단이다. 그 곳에 유일한 한인 사회복지사, 윤수잔 선생님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뉴저지 한인교회 여성연합회에서 윤수잔 선생님을 도와 ‘한 가정 돕기’ 운동을 해 왔다. 여기 보금자리를 찾아오는 한인 여성과 아이들을(꼭 같은 생명 가지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 ) 우리가 함께 돌봐주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런데 이 기사에 따르면 이 SOS 기관에서 한인들을 위한 한인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윤수잔 선생님이 나이가 드셨지만 은퇴도 못하고 계시다. 이 일을 사명감 가지고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를 찾고 계시는 것 같다.

내 누이 같고, 내 엄마 같고, 내 친구 같고, 내 이모 같고 내 할머니같은 여성들은 매일 매 맞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게 되는 비극이 우리 사회에 줄곧 자리잡고 있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에 한인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나? 또 한인 교회나 종교기관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사랑하고 도움을 서로에게 주고 받으라고 형성된 사회가 아닌가? 그런데 이 Shelter Our Sister를 찾는 한인 여성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에 힘이 든다
고 한다. 나는 신문 기사를 읽고 젊은 영어회중 목사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즉각 답장을 보냈다.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다” 라는 그의 답 글에서 나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실천으로 나가는 길에 나도 참여하면서 옆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봉사생활의 의미를 배울 필요가 있다. 봉사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맑고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사회에선 봉사를 어떤 높은 학위보다도 더 인정해 주기도 한다. 한인들도 이 정신을 배워야 한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생각보다는 주위에(그들을 딱하게 아니면 불쌍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가를 찾아보고 내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적극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 틀림없이 봉사를 베푸는 자에게 복이 올 것이고 보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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