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수산인 폭행사건으로 얻어야 할 또 한가지

2010-08-26 (목)
크게 작게
박원영(경제팀 차장대우)

브로드웨이 잡화 도매상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다. 뉴욕에서는 월급쟁이보다는 내 비즈니스(장사)가 최고라는 주변의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던 터라 “나도 한번 장사를 제대로 배워 나중에 큰 돈을 벌어볼까?”라는 야무진(?) 각오로 뛰어들었다. 그 업체는 LA 한인도매상과 전국적인 체인스토어 등 큰 손 고객에겐 주로 배달을 하고 매장을 찾는 대다수는 중국인 상인들과 업계에서 ‘모나미’라고 부르는 노점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아주 조금씩 물건을 사가면서 불평도 많고 시비도 잘 걸었다. 나는 이들에게 미소 한번 지은 적이 없고 달라는 물건을 툭툭 던져준 적도 많았다. 힘에 겨운 바쁜 상황이라 그런 적도 있지
만 기본적으로 10년, 20년 동안 단골손님인 그들을 나는 ‘고객’으로 대접하지 않았던 것이다.

간혹 욕을 하며 물건을 던지고 돌아가는 모나미에게 나는 “또 안오나 보자. 그 스카프 우리 매장 아니면 못 사지”라고 코웃음쳤다. 실제로 다음날이면 그는 다시 가게를 찾았다. 부끄러운 기억이다. 최근 한인 사회 최대 관심사는 수산인협회원 폭행사건이다. 지역 정치인까지 나서더니 뉴욕시 4대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BIC의 커미셔너까지 협회 사무실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다. 폭행 직원의 퇴출과 공식 사과, 피해 보상 등 협회의 요구가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또한 차제에 회원들의 오래된 불만 사항이었던 시장내의 각종 불합리한 관행과 불평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될 여지도 많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협회원의 보이콧 단결과 흔들리지 않는 강경 대응 그리고 동포들의 관심이 이런 성과의 주된 이유가 될 것이다.


이처럼 폭행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시장내에서의 한인 상인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거기에 덧붙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피해를 당했던 우리’가 ‘누군가에 피해를 주는 누군가’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서두에 개인적인 경험을 꺼냈던 것은 회원을 폭행한 에머럴드사의 행태가 어쩌면 한인들도 다른 인종에게 무심코 하고 있을 행동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에머랄드사의 거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는 협회원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하다고 한다. 자신의 가게를 먹여살려주는 상인들을 언제나 무시하고 불손한 태도를 취해왔다. 속에서는 끊지만 워낙 한인들이 많이 찾는 생선을 많이 구비했다는 이유로 회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구입해왔다고 한다. 사소한 시비로 25년 단골을 폭행한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당연히 이번 기회에 단단히 쓴맛을 봐야하는 사람이다.

많은 한인들이 뉴욕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무수한 인종을 고객으로 상대한다. 그들이 백인이건, 흑인이건, 중국인이건 똑같이 고객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겠다. 우리도 어떤 인종에겐 고약한 사람들로 찍혀 있을지 모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