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축제가 그리운 사람들

2010-08-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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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자유기고가)

나는 생일이 복중이여서 먼 먼 옛날 시골에서 어머니께서 햇 밀을 망에다 갈아그 밀가루를 밀어서 호박만두와 칼국수를 해주셨다. 지금도 채 썰었던 파란 호박이 그릇에 떠있는 닭고기 국물의 칼국수는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도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와 생일이 주는 축제를 스스로 느꼈을 것이리라. 해방이 되고 전쟁이 터지고 난리를 치루는 동안 생일에 먹었던 칼국수는 영영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서울에서 봇물 터지듯 거리마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넘쳐나던 4강 진출의 2002년 월드컵, 그 환희와 감동은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을 축제였다. 지난 6월 16강진
출의 2010 남아공화국 대회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축제의 나날이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우리에게 무슨 찬란한 영화가 있을까 보냐. 그래도 6월 2010 남아공화국에서의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는 함께 흥분하고 소리치고 박자 맞춰 손뼉치며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축제의 현장을 만들었고 즐겼다. 그간 얼마나 스스로를 즐기지 못하고 팍팍하고 건조한 삶을 살았었나 되돌아보게 했다.?아직은 축제의 열기를 조금은 더 즐기며 살고 싶다. 뒤따라 이어졌던 U-20 세계 여자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3위의 영광을 차지하기 까지 하루하루는 또 다시 축제로 이어졌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속에서 평면적으로만 살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허기진 마음으로... 그러나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건강하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 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주워진 모든 조건을 잘 활용하는 것은 분명 내가 할 일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 열악했던 스포츠 터전위에서 삶이 지닌 질기고 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이 시간을 이기고 남겨놓을 수 있는 기록들을 새기며 축제를 만들어 준 것을 통하여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지 않았던가. 특별히 이청용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있어서 축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축구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뛸 때면 그 모든 시간이 축제이며, 삶의 즐거움입니다.” 그런 선수가 뛰는 경기는 더욱더 생명력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월드컵을 거치며 우리들의 선수들이 많이 탄생되었고, 그들은 세계무대에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날이 주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범한 하루의 삶속에서도 작은 축제를 준비하고, 그 축제를 이웃과 나누고,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노력하며 새로운 미래의 축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내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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