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2010-08-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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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어느 정도 회복조짐이 보이는 듯 하던 글로벌경제에 다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가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둔화 흐름을 공식 인정하고 나선데다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릴 경우 세계최대수입국인 미국의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말할 것도 없이 매우 심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 될 정도로 경제가 점점 더 악화될까 우려되는 현실이다. 더불 딥 가능성이 2%에서 2.5%로 올라갔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금융위기가 초래한 수년간의 경제불황은 사상 유례없이 전 세계에서 8000만명이나 되는 청년실업자를 양산시켰고 직업을 가진 젊은이라 할지라도 4명중 한명은 빈곤을 벗어나기 힘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세계노동기구가 이 시대 청년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할 만큼 지금 젊은이들은 취업의 조건을 다 갖추었음에도 직장을 갖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교육의 수준, 기술의 유무와 상관없이 취업의 문은 거의 동결돼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호황으로 잘나가던 미국이 지금은 서민들의 끼니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전체 가구의 15%정도가 월말이 오면 식량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자나라 미국에서 빈곤층의 이런 굶주림의 현상은 지역마다 소셜 시큐리티 사무실이 있는 거리에 식품보조비인 푸드스탬프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식품보조비가 필요한 미국의 신규극빈자는 지난 6개월새 48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빈곤층이 겪는 굶주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미 어린이 네명중 한명은 때때로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진 가정에 살고 있다“고 세계 기아종식을 위한 운동단체의 데이빗 백크먼총재는 말했다. 그만큼 미국의 경제난이 기아나 빈곤으로 죽어가는 정도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로 한인사회에도 먹을 것이 없어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것이다. 지속되는 경제불황에 집 날리고 가게 날리고 하면서 가정경제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직장인의 경우 잡이 어느 날 한순간에 달아나면서 멀쩡하던 집안이 하루아침에 먹는 문제까지 염려해야 하는 지경에 도달했다.오죽해서 부모 곁을 하루 빨리 떠나려고 대학만 들어가면 너도 나도 새떼처럼 떠났던 자식들이 요즈음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듯 부모의 품이 그립다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이제는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말처럼 너도 나도 강하지 않으면 이 힘든 세상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한인부모들은 미국에 와서 자녀들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민사회에서 차별받을 것이
안쓰러워서, 생활이 너무 바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서 웬만하면 돈으로 대신해 자녀들은 거의가 풍족하게 자랐다. 가능한 힘들지 않게 살기를 바라던 부모들의 배려덕분(?)이었다.

그래선지 미국에서 자란 2세들을 보면 대부분 너무 나약하고 곱게만 보여 이 험난하고 거친 세파에 어떻게 살아나갈지 걱정이 좀 된다. 힘든 일이나 문제가 있을 때 그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능력이 어려움을 강인하게 겪어온 1세들보다도 훨씬 부족하고 한국의 젊은이들보다도 월등 못 미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1세들은 단련된 강한 인내와 투지력으로 한국을 세계 경제반열에 올려놓았고 해외 어딜 가서도 경제기적을 창출했다. 지칠 줄 모르고 쏟아낸 땀방울과 ‘하면 된다’는 신념과 노력의 결정체였다. 과연 2세들이 그런 1세들의 강한 의지와 삶의 투지력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살아남는 길은 오직 강한 정신력에 달려있다. 사자는 병든 새끼를 절벽에 던져버리고 독수리는 상처입은 새끼를 둥지에서 떨어뜨려 버린다. 결과는 강한 새끼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의 2세들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정신적 훈련과 무장이 필요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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