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생의 축복

2010-08-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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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살다 보면 별별 일을 다 맞이하게 된다. 슬프거나 기쁜 일. 억울한 일. 기억에 남을 일. 기억에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 감사한 일. 손해 본 일. 사기당한 일. 욕을 먹거나 먹게 한 일. 바보처럼 되어져 버리거나 남을 바보처럼 만든 일. 병들거나 병에서 낳아 건강을 되찾은 일. 사랑하거나 미워한 일.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일. 이별이나 사별하는 일. 사고를 당한 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 마음 아픈 일. 남의마음을 아프게 한 일. 즐거운 일. 괴로운 일. 자녀가 속을 썩이거나 자녀를 통해 기뻐하는 일. 여행하는 일. 땀 흘려 노동하는 일. 회사에 입사하거나 퇴직하는 일. 다투는 일. 협동하는 일. 사업을 시작하거나 문을 닫는 일. 돈을 빌리거나 떼이는 일. 굶는 일과 먹는 일. 잠자는 일과 깨어나는 일 등등 수없이 많은 일들을 맞이한다.

인생살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며 인생살이다. 이런 일들을 맞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들이 살아가는 일이요 길이다. 그러다 늙으면 수를 다하여 친척, 재물, 자손, 부귀영화를 다 내려놓고 홀연히 세상을 떠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 때 이웃에 외팔이 아저씨가 한 명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불구요 장애인임에도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러워 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항상 얼굴에 웃음을 짓고 다니던 그의 모습이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그의 얼굴은 항상 웃고 있었다. 그의 웃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의 없는 한쪽 팔과 연계되어 그런지도 모른다. 덜렁거리는, 한쪽 팔 없는 소매를 하고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던 그는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벌써 50여 년 전의 일이니 그렇다. 아마 그 때 그의 나이는 40을 넘었을 것이다. 왜 그는 그렇게 웃으면서 늘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을까.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그렇다고 그는 정신병자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생활하며 살아가는, 어느 종교를 열심히 믿으며 신앙생활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앙생활은 사람의 생을 웃음으로 가득 차게 할 수 있는 비결을 안고 있기도 하다. 그 비결은 인생을 인생으로 태어나게 한 우주를 지배하는 초월적인 힘을 만나는 일을 신앙이 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인생의 일 중, 가장 많은 일은 잠자는 것과 먹는 일일 것이다. 잠자는 일은 일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저 몸이 저절로 알아서 하는 일 중의 가장 편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잠을 못자면 죽기에 그렇다.


인생의 일생을 가장 길게 100년으로 잡는다 치자. 하루 잠자는 일을 8시간으로 치면 하루의 3분이 1일 된다. 그러면 일생 중 잠자는 시간은 3분의 1인 33년 정도에 가깝게 해당된다. 사람의 잠자는 일은 일주일이면 56시간, 한 달이면 240시간, 일 년이면 2,880시간이다. 10년이면 2만8,800시간, 100년이면 28만8,800시간이다. 몸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의 일중 하나는 잠자는 일이라 할 수도 있다. 먹는 일은 또 어떤가. 이 일도 잠자는 일만큼이나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루 세 끼를 먹는다 하자. 일주일이면 21끼. 한 달이면 630끼. 일 년이면 7,560끼니의 먹는 일을 하게 된다. 더 계산해보자. 10년이면 7만5,600끼. 100년이면 75만6,000끼니의 먹는 일을 사람은 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계산을 하고보니 사람의 일생이란 잠자는 일하고 먹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을 일들을 맞이하며 살게 된다. 그 수없는 일들은, 대가없이 사람이란 생명으로 태어난 축복의 소산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도 먹는 일과 자는 일. 자는 일은 수동의 일이요, 먹는 일은 능동의 일이다. 수동이든, 능동이든 정말 이 일이야말로 사람이 맞이하는 일 중 복 중의 복의 일이 아닐까. 또한 자고 먹는 것만큼 살아있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주는 것도 없으니 축복중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좋든 싫든, 자고 먹는 일을 포함해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일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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