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2010-08-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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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경제팀 기자)

IMF 직후인 1998년, 한국에 황금잉어빵이 등장했다. 쫄깃하고 고소했지만 가격은 붕어빵보다 비쌌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단팥 알갱이가 들어간 황금잉어빵리어커가 한국에 수천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황금잉어빵 창업자는 친구가 붕어빵 장사를 하는 걸 보고 착안했다는데 반죽, 장비 개발에 2년을 바쳤다며 한때 여기저기 인터뷰가 실리는 등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찹쌀가루를 넣어 일반 붕어빵과는 다르다는 판매 업주들의 말대로 비록 길거리 음식이었지만 황금잉어빵은 그 색상이나 맛이 붕어빵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주 만난 ‘심플리 파이도’의 채혜진 사장은 오개닉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역시 2년간 천연 염색방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현재 일부 장난감 업체가 오개닉 제품을 부분적으로 생산하기도 하지만 오개닉제품만을 생산하는 장난감 업체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설립한지 5~6년째인 채혜진, 채혜경 자매가 운영하는 펫토이업체 심플리 파이도와 베이비 토이업체 미임이 대표 업체다. 이들 오개닉 장난감은 화학성분이 아닌 자연에서 추출한 염색재료를 사용, 천식이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도 충분히 갖고 놀 수 있어 그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채 사장은 “펫토이는 개들이 계속 물어뜯기 때문에 수요가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베이비 토이 역시 매년 아기들이 태어나고 어머니가 생기는 한 시장규모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28일 연방소기업청(SBA) 주최 ‘비즈니스 엑스포 2010’에서 만난 한인업체 윈솔그룹은 LED 조명을 미국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윈솔그룹은 아시아회사 3군데와 계약을 맺고 이들 전구를 수입하고 있다. LED조명은 전기료가 일반 백열등에 비해 15% 수준에 블과하지만 인체에 유해한 수은이 없어 자연 친화적이다. 잘 깨지지도 않고 뜨거워지지도 않아 안전하다. 아직 미국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날 엑스포에 참석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장난감과 전구는 하나같이 수요가 꾸준한 아이템이지만 이들 한인 업체들은 고급화, 친환경 등 웰빙 트렌드에 맞춰 오개닉 장난감, LED전구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붕어빵이라는 평범한 아이템에 약간의 고급화 전략을 덧입혀 개발된 황금잉어빵이 겨울철 대표적인 먹거리가 된 것을 보면, 아이디어와 웰빙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들 역시 앞으로의 성장이 주목되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만 더 앞선 아이디어와 노력이 있다면 모두 불경기를 헤쳐나갈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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