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아름다운 봉사

2010-08-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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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사회 2팀 기자)

요즘 매일같이 뉴욕 일원 한인 청소년들과 만나 대화나누는 일이 어느덧 일상의 큰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본보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올해로 10년째 함께 진행하는 ‘2010 청소년 하계 자원봉사 프로젝트(YCAP)’에 참가 중인 한인 고교생들을 기관별로 연재하다보니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만난 청소년만 벌써 80여명을 헤아린다.

이들을 인터뷰할 때면 질문 하나에 서너 가지를 줄줄이 답할 만큼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기자의 취재노트가 절로 채워질 정도여서 덩달아 신이 난다. 물론, 이들 모두가 자원봉사에 대한 열정과 사명을 갖고 프로젝트 참여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이중에는 별다른 여름방학 계획 없이 지내다가 부모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시작한 경우도 있고, 대학 진학에 필요하다는 의무감에 참여하게 된 학생들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한 자원봉사였어도 차츰 재미가 붙고 나름의 보람도 느끼다보니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봉사에 임하는 자세로 바뀌어가는 학생도 많다. 더러는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조차 몰랐던 재능과 장점을 발견해 장래 진로계획 수정을 고심 중인가 하면 자기개발의 기회로 삼고 있는 학생도 눈에 띤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대학 새내기 시절 지체발달 장애인이 다니는 ‘명수학교’의 한 학급에서 보조교사로 3개월 정도 자원봉사하며 보람과 기쁨을 만끽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교실에서 소변을 보거나, 코를 후비고, 제대로 씻지 않아 악취도 심하고, 옆 사람을 이유 없이 자꾸 때리는 반복적인 행동 등이 쉬지 않고 곳곳에서 발생하는 일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그 곳에서의 봉사는 장애인들과 한마음이 되지 않고선 불가능했었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더불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자원봉사를 하러 간 첫 날 교실 문을 들어섰을 때 담임교사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해주던 장애인 친구들의 해맑은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는 것을 그때 봉사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이기적인 세상이라지만 방학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자원봉사 중인 한인 청소년들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며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아직 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봉사자의 손길은 그래서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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