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열치열(鹿훑撈훑)

2010-08-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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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지금은 일년에서 가장 더운 삼복 철이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맥주나 시원한 수박, 그리고 아이스커피나 아이스크림, 얼음물 이런 것들이 제일로 환영받는다. 더워서 온몸이 땀범벅일 때 시원한 이런 것들을 쭉- 하고 들이키면 입으로부터 목과 몸속까지 짜르르하게 시원한 것이 금방 무더위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 좋다.” 하지만 이런 것 들이 반복되면서 고통받고 녹아나는 것은 위장이다. 그래서 무더운 삼복철에 특히나 많은 것이 배탈이다.
여름은 무더워서 몸은 많은 에너지를 더위 막는데 사용한다. 모공을 확장하고 땀을 배출한다.

그래서 소금과 미네랄이 많이 소모된다 하여 위장으로 가는 에너지가 감소하면서 자연히 위장기능이 약해진다. 한마디로 중초의 화력이 약해진다는 얘기다. 위의 화력(열기)이 약해졌는데 거기다 시원한 맥주나 아이스 커피 같은 것들로 또다시 위장을 차겁게 하니 배탈이 안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여름일수록 그리고 더 더울수록 따뜻한 음식이나 따뜻한 물은 허약해진 위에 부담을 덜준다 .

이것이 이열치열(鹿훑撈훑)의 진정한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여름철에 많이 추천되는 음식이 삼계탕(닭과 삼 모두 특성상 더운 음식임), 보양탕(개고기나 염소고기 모두 속성상 더운 음식이다), 샤브샤브 등이 가장 각광 받는다.
쇠고기나 양고기도 모두 더운 음식이다. 이쯤은 상식으로 아는 이들도 많겠지만 잠시 시원한 맛의 유혹에 못 이겨 알면서도 덥다고 찬 음식을 수시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많음을 본다. 나도 올여름에 연이어 3일간 시원한 맛의 유혹속에 살다가 속앓이를 심하게 하였다. 그러나 삼일간의 뜨끈한 죽과 뜨거운 생강차(생강은 음식의 속성상 더운 음식 이다)로 간신히 몸이 회복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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