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희롱일까?

2010-08-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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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얼마전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에 청와대 행사에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 한다”고 강 의원이 말해 주었다. 지난해라고 했으니 강 의원하고 여학생은 적어도 일 년 가까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다. 대통령이 그녀만 쳐다볼 정도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꽤나 예쁜 여인인 모양이다. 여기서 어여쁜 여인을 보고 예
쁘다고 칭찬한 것은 결코 성희롱은 아닌 것이다. 신문은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그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강 의원의 반문을 듣고서, 여학생은 성적으로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신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여학생은 성희롱 당했다고 강 의원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보면, 강 의원은 여학생에게 성희롱을 한 것이 아니었고 아나운서 직업을 택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주었던 것 같다.

강 의원의 발언은 물론 아나운서들을 모욕하는 치욕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지 않을 아나운서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나운서 연합회에서는 “강 의원의 발언은 여성과 특정 직업을 비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낸다”며 강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고소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리고 또한 마땅히 고소를 해서, 아나운서의 명예를 되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은 아닌 것이다.
강 의원은 “당사자들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음에도 중앙일보가 제삼자의 전언으로 허위 왜곡 기사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제삼자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 보기도 전에, 다른 여학생들의 말만 듣고서 이처럼 신문에 대서특필하고,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강 의원으로 하여금 자진탈당하도록 결정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하기도 전에 이처럼 신문이나 당에서 강 의원을 사회적으로 몰락시키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살인행위인 것이다.강 의원은 하버드 로스클을 졸업한 유능한 정치인이다. 불 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랴? 는 식으로, 강 의원이 뭔가 아나운서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니까 이런 말을 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아나운서들의 비리를 파헤쳐 사회에 고발하는 것도 맞다고 본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강 의원은 아나운서들에게 백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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