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종신형과 가석방

2010-07-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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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우리 세대 젊은이들은 영국 록밴드 비틀즈의 이름만 듣고도 열광한다.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이 암살된 지 올해로 30년이 되어간다.
사람은 갔지만 그를 기리는 팬들은 매년 12월 8일이면 맨하탄 센트럴 팍 서쪽 72스트릿 모퉁이의 스트로우필즈(Strawberry Fields)에 모여 추모제를 지낸다.존 레논이 다코다 아파트의 방에서 내려다보던 센트럴 팍 공원의 한모퉁이에 부인 오노 요코가 그가 작곡한 노래 제목으로 이름붙인 곳이다. 이곳에는 ‘이매진’(Imagine) 제목이 새겨진 모자이크 석비가 있어 지금도 관광객과 뉴요커 팬들은 꽃과 양초를 놓고 그를 애도한다.

당시 전세계에 충격을 준 존 레논의 암살은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일로 결론 났지만 닉슨대통령 당시 반전쟁 색채를 강하게 표시한 존 레논에 대한 정치적 음모설도 나돌았었다.존 레논을 1980년 살해한 혐의로 29년째 복역 중인 마크 데이빗 채프먼(55)이 최근 6번째 가석방을 신청했다고 한다. 29일 CNN 보도에 따르면 채프먼이 가석방 심사위원 2명과 다음달 둘째 주에 면담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교도소에서 20년을 복역하여 가석방 신청이 가능해 진 2000년부터 2년 간격으로 올해까지 6번째 가석방을 신청해 왔다 한다.


채프먼은 지난 20년동안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에 따라 자신의 배우자와 주기적으로 만나왔으며 1994년이후 특별한 규정위반 없이 조용히 교도소 생활을 해왔다는데, 이제세상 밖의 자유가 그리운 모양이다. 2008년 ‘치안과 사회 안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뉴욕 당국은 그의 가석방 신청을 거부했었다. 그는 범행 28년만에 “당시 나는 실패한 내 인생에 대해 화가 나있었다. 그가 사랑이란 말을 하며 화려한 건물에서 나타나 노래하는 것을 보고 사기라고 오판했다. 그를 죽이면 악평이라도 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했다. 올해는 가석방 반대의견서 4통, 찬성의견서 2통이 접수됐다고 한다. 물론 피해자인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는 지난 몇 년간 반대의견서를 제출해 오고 있다. 존 레논의 팬들도 채프먼의 가석방 신청서가 나올 때마다 수천명의 서명이 담긴 편지를 보내 가석방 반대를 청원하고 있
다.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이 평균 748명으로 세계 최고로 나타난다. 재소자가 세계 최대 국가인 중국보다도 많은 230만명에 이른 나라이니 성인 100명당 1명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셈이다. (2008~2010년 초 재소자수,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교도소연구센터 자료) 미국 교도국이 이런 상황이니 더 이상 오래 수감할 수 없어 채프먼은 이번에 풀려나올지도 모른다. 종신형에서 가석방되어 이번에 풀려 나온다고 하자, 그는 평화롭게 잘 살 수 있을까? 아마 신분을 감추고 이름을 바꾸고 살아야 할 것이다. 뉴욕에는 20대시절의 그 자신처럼 존 레논 광팬이나 겉으로는 멀쩡한 정신질환자들이 꽤 있다.
아마 그는 생명의 안전에 위협 받을 것이다. 몇 해 전 한국에서 발생한 일이 떠오른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1949년 근대 한민족의 큰스승 김구를 살해한 안두희는 한때 권력의 비호를 받았지만 살아있는 한 끝없는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암살 47년만인 1996년에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는 권중희의 저서에 감명 받은 버스기사 박기서에 의해 죽음을 당했었다. 존 레논은 간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감미롭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사람들이 평화 속에 숨쉰다고 생각해봐요. 그대 나를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나만 이런 꿈을 꾸는 게 아니랍니다. 그대 언젠가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랄게요. 그러면 우리의 세상은 하나가 될거에요....”적도, 원수도 하나가 되는 세상,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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