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분노 다스리기

2010-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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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살다보면 생각지 않게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당할 때가 있다. 말도 서툴고 제도도 잘 모르고 문화도 익숙하지 않은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사는 우리같은 이민자들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더구나 요즘같이 경기가 안좋은 상태에서 집안재정이 점점 고갈되다 보면 두려움과 고민 속에서 가슴이 바짝 바짝 타들어간다. 이런데다 누군가 계속 돈 독촉을 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오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마음에 일 것이다. 한인들이 미국에 살면서 집이나 업소를 렌트해서 살 때 수전노 랜드로드들로부터 당한 억울한 경험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이들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다 보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함부로 할 수도 없는 일, 이럴 때 우리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참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LA에서 일어난 건물주와 한인업주 간의 분쟁으로 한인이 건물주를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은 문제의 한인이 자기 안의 분노를 잘 다스렸다면 그와같은 불행은 초래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이나 여기나 이와같이 극단적인 결과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다혈질에다 역사적으로 분이 많은 민족이라선지 한국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게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노는 누구에게나 종류와 크기만 다를 뿐,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본인이 잘 다스리고 사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하느냐 차이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약한 마누라 몸에 손찌검하고, 누가 시비건다고 폭행하고, 직장에서 해고됐다고 무고한 사람들 총 쏴 죽이고, 결혼 반대한다고 애인부모 칼로 찔러 죽이고 등등.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는 인생이 어디 한둘인가. 그래서 위인들이 말하기를 ‘분노는 용기를 날 세게 한다’ ‘분노는 모두에게 무기를 공급한다’ ‘분노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찢어버릴 먹이를 찾는다’ ‘분노는 스스로를 벌한다’ ‘분노는 타인에 대하여 유해지만 분노에 휩싸인 당사자에겐 더욱 유해하다’고 하였다.이 분노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이것은 우리가 살면서 평생 공부해야 할 과제다. 영국의 ‘분노관리 협회’가 밝힌 분노를 잘 관리할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스톱, 즉 멈추어야 한다. 그 다음 생각을 하고 마음속에 더 큰 그림을 보자. 지금 마음먹는 분노의 반응을 보이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 생각해야 한다. 2.타인이 당신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다. 의견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요컨대 타인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화내거나 실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주의해서 듣자. 듣는 것을 배우자.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바디 랭귀지’를 잘 관찰하자. 정보를 확인하고 마음을 항상 열어놓자. 말하자면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상대를 충분히 관찰
하지 않을 때 분노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4.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자. 가령 제3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거나 불만을 표하면 상황은 훨씬 좋아진다. 5.일기를 쓰자. 분노가 내면화되지 않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당신의 느낌, 그리고 당신의 의견이 어땠는지 글로 써보자. 분노 조절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6.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행위에 면역된다면 당신은 더 이상 쓸데없는 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다. 타
인이 뭐라 해도 당신에 대한 직접적 평가 내지 공격으로 여기지 말라. 알고 보면 타인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잘 다스리면 영혼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 다스리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해할 만큼 무
서운 분노,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그리고 노여움을 긍정적으로 잘 풀어나가고 삶의 고비고비를 슬기롭게 잘 넘어간다면 몸속에 화가 독으로 튀어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때의 분함을 참아라, 백날의 근심을 면하리라.” 명심보감이 가르치는 명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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