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진

2010-07-27 (화)
크게 작게
안동규(릿지우드)

수영 갔다 막 들어오는데 남편이 “서울서 왔어” 하며 큰 봉투를 쑥 내민다. 시부모님 사진이 나란히 나온다. “어머! 아버님 어머님이시네.” 너무 반가워 하니 고희를 넘긴 남편은 살아 계신 부모님을 만난 듯 어린아이처럼 보고 또 보고 마냥 좋아한다.

두분 사진을 나란히 세워놓으니 지나간 일들이 생각난다. 결혼전 시어머님이 나를 데리고 점쟁이한테 갔었는데, 점쟁이가 무서워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생년월일을 묻더니 할머니 “무해무덕이네요” 한다.
집으로 오시면서 너무 좋아도, 나빠도 안 좋다고 하시면서 다행이다 하시던 초여름에 큰 양푼에다 싱싱한 열무를 깔고 더운밥을 넣어 비벼 주시던 일, 한 겨울에 큰솥에 동태, 무 넣고 끓이다가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추면 도태찌개가 얼마나 맛이 있던지! 식구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으면, 당신은 잡수시지 않으시고 흐뭇해 하시던 일, 그때 생각을 하며 동태찌개는 끓여도 그 맛이 안 난다.

시어머님이랑 꼭 팔짱을 끼고 다니면, “따님이세요?” 한다. 나는 얼른 “네”한다. 옆에 계시던 어머님이 조용히 “우리 막내 며느리예요.” 한다. 친정엄마까지도 너는 어떻게 시어머니랑 사이가 좋으냐고 당신한테 서운하게 한다 섭섭해 하시던 일. 언젠가는 어미야 부탁이 있다고 하시면서 ‘아비’를 잘 부탁한다 하시기에 “걱정하지 마세요” 했더니 “고맙다”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으셨던 일. 사진 앞에서 어머님 막내며느리 잘 얻으셨죠(?) 했더니 사진 속 시어머님이 살포시 웃으신다. 옆에 남편은 조용히 웃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